앞으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는 미리 증권사에 예탁금을 맡겨두고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F·ETN이 ‘투기판’이 되고, 곱버스(곱하기+인버스) ETF 같은 고위험 상품에 개미 투자자가 몰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런 내용의’ETF·ETN 시장 건전화 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배경은 코로나 사태 이후 레버리지 ETF·ETN 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N 거래가 전체 ETN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78.3%에서 4월 96.2%로 급증했다. ETF 중 레버리지 ETF 거래비중도 지난 1월 38.1%에서 4월 63.5%로 늘었다.
특히 국제 유가(油價) 급락 이후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의 원유 관련 상품 거래가 대폭 증가했다. 원유 관련 ETF·ETN 상품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5월 2667억원에 달한다. 작년(62억원) 대비 수십배 규모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수요를 증권사들이 못 따라가면서 괴리율이 대폭 늘어났다. 괴리율이란 ETN의 원래 가치 대비 시장 가격에 붙는 일종의 ‘프리미엄’을 말한다. 지난 12일 기준 삼성증권의 원유 레버리지 ETN 괴리율은 289.6%에 달했다. 정부는 수차례 소비자 위험 경보를 발령했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결국 규제책을 꺼내 든 것이다.
우선 정부는 레버리지 ETF·ETN에 대해 기본예탁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이런 상품을 사려면 증권사에 어느 정도 돈을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투자하려면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런 상품의 개요나 특성, 거래방법 등을 미리 공부한 다음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형 ETF·ETN에 내재된 위험(괴리율, 롤오버 효과) 등도 교육 내용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또 ETF·ETN 가치가 떨어져 ‘동전주’로 전락할 경우, 증권 가격이 너무 싸게 보여서 투기 수요가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ETN의 액면 병합도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자산운용사·증권사에는 기존보다 더 무거운 관리 의무가 부과된다. 운용사·증권사들은 괴리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시장관리대상(투자유의종목 지정)이 되는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 국내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에는 6%, 해외 기초자사의 경우 12%를 넘으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매매 체결 방법이 단일가로 변경된다. 그 이후에도 괴리율 정상화가 곤란한 경우에는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가 제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물량(상장수량 20%)을 미리 확보할 의무도 부과된다.
앞으로 괴리율 관리 의무를 자주 위반하는 증권사 등에 대해서는 불이익 조치가 강화된다. 의무 위반수준에 비례해 신규 ETN 상품 출시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괴리율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등에는 조기 청산하는 방안도 허용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 가운데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법령 개정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