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분기에 각각 6920억원, 54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1분기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개점휴업한 데다, 외화 부채가 많은 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손실이 커졌다.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일제히 큰 폭의 영업 손실을 냈다. 15일 1분기 실적을 공시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항공사 5곳 중 이익을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된 2분기 실적은 1분기 참사를 넘어 사상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다.

◇1분기 영업이익 낸 항공사 하나도 없어

국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은 1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3조415억원) 대비 22.7%(6892억원) 줄어든 2조352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여객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국제선 운항률이 10%대로 떨어지며 1분기 56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작년 1분기(영업이익 2384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1분기 20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유류비·인건비 등 영업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해 그나마 영업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용(轉用)하는 등 1분기 화물 수송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도 영업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대한항공의 당기순손실은 작년 1분기(894억원)보다 크게 확대된 692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차손실이 5368억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분기에 11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 208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가 확대됐다. 작년 486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은 1조1295억원으로 작년 1분기(1조4385억원)와 비교해 21.5%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이 본격화된 2월부터 수요가 급감해 국제선 운항 편수가 기존 계획 대비 8% 선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LCC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지난 8일,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 실적(영업 손실 638억원)을 공시한 데 이어 티웨이항공(-219억원), 진에어(-313억원), 에어부산(-385억원) 등도 모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LCC들의 매출도 작년 1분기 대비 모두 40~50%씩 줄었다.

◇업계 "2분기 실적은 더 처참할 것"

항공업계는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욱 암담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는 그나마 1월과 2월 일부 기간 정상 운항했지만, 2분기는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하늘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중단 또는 감편했던 미주, 중국 노선 등에서 다음 달부터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아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4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10월 1일 자로 경영직·관리직 직원 1만1500여명 중 최소 3400명을 정리 해고할 방침을 밝히는 등 글로벌 항공업계에선 항공사들의 위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선 비율이 높은 LCC도 여행 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황금연휴를 계기로 국내선 여객 수요가 잠시 살아났지만 이른바 '이태원발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지난주(9~10일) 국내선 항공 여객(10만3526명)은 전주(13만1928명) 대비 21.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항공사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처참한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