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일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상대로 '수치스러운 과거 경험을 적시한 모금 행위와 수요집회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냈던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정대협은 최근 회계 부정 논란에 휘말린 정의기억연대의 전신(前身)이다.

심미자(2008년 별세)씨 등 위안부 피해자 13명은 지난 2004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모금 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을 냈다. 나눔의 집은 대한불교 조계종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운영했던 요양시설이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우리는 취업길에 나섰다가 강제로 전선(戰線)으로 끌려가거나 학교 문을 나서다 일본 경찰에 납치·성폭행당한 사람들"이라며 "수치심과 모멸감에 숨어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대협이 수치스러운 과거를 들춰 비디오물, 책자 등을 동의 없이 무단으로 제작해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당장 홍보 활동을 중지해 달라고 했다. "피해 당사자도 아닌 정대협이 위안부 후원 명목으로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또 정대협이 1990년부터 개최해 온 수요집회도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닌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있어 한·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후원금 모집과 비디오 판매 등은 피해자들의 생계 지원과 대국민 홍보, 외교적 권익보호 목적"이라며 "심씨 등 원고 3명 외에 나머지 생존 피해자 125명은 오히려 정대협 덕분에 명예와 인격권을 회복했다고 여길 여지도 있다"고 했다. 13명 중 10명은 소송을 취하해 결정문에 남은 사람은 심씨 등 3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