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 확산의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며 "지금까지 우리(미국)가 받은 최악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폭격)보다 더 나쁘고 9·11 테러보다 나쁘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을 사실상 미국에 대한 중국의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해 "중국이 무역 합의를 지킬 수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며 "1~2주 내에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무역 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의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래설과 관련해 "확실하지는 않다"면서도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은폐가 "지속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공정한 조건이 없는 한 공산 정권과의 진정한 윈윈은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미국 내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데도 무슨 근거로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계속 주장하는 것일까. 외신들은 처음엔 '우한연구소 유래설'을 음모론으로 치부했지만 최근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창조'되지는 않았지만 '유출'됐을 가능성은 제기하고 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3일 각 연구기관에 코로나와 관련한 모든 시험용 샘플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1월 9일 코로나 유행을 공식 발표했다. 뭔가 감추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코로나 유행 발표 후 중국 연구자들이 미국과 공식적인 의사소통을 중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코로나 숙주로 알려진 박쥐는 중국 우한과 1600㎞쯤 떨어진 윈난성에 주로 산다. 2013년 우한연구소는 윈난성 박쥐에서 바이러스를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했고, 이때 얻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코로나와 96% 일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중국 화난이공대 소속 연구자인 보타오 샤오와 레이 샤오는 지난 2월 "후베이성과 저장성에서 박쥐 605마리를 포함해 여러 동물을 데려와 우한연구소에 보관했다"며 우한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가 처음 발병했을 땐 박쥐가 거래되는 우한 시장이 발원지로 지목됐다. 그러나 의학전문지 랜싯에 실린 중국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최초 발견된 코로나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이 우한 수산시장에 간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 발병원의 또 다른 경로로 우한연구소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우한연구소를 수차례 다녀온 다음 본국에 "중국의 새로운 실험실에는 위험한 시험을 진행할 만큼 훈련받은 연구자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전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진이 코로나 유사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2019년 12월에 나온 우한연구소 관련 동영상에선 연구원들이 적절한 보호장구 없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의심스러운 정황들은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에브라이트 미 럿거스대 교수는 WP에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이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7일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전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반박에 나섰다. CCTV는 "작년 7월 미 버지니아주의 은퇴자 거주지에서 54명이 원인불명의 호흡기 질환에 걸려 2명이 사망했다"며 "미군 생물실험실 인근"이라고 했다. 환구시보도 "늦어도 지난해 말 코로나가 유럽과 미국에 전파됐다는 증거와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일 코로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전문가를 중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