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논란 등과 관련, "제 잘못이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고, '무(無)노조 경영'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對)국민 사과문을 직접 읽고, "앞으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에 대한 단순 사과를 넘어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을 근원적으로 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그 인재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노사 관계 법령 준수, 노동3권 보장, 노사 화합과 상생을 약속했다.
시민 사회와의 소통과 준법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두 차례 '새로운 삼성'을 강조한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며 회견을 맺었다.
이 부회장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과 이후 두 번째다. 이날 대국민 사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총수 일가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이 부회장이 대국민 반성·사과하라"고 권고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 경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독립 위원회다.
재계에서는 "파기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외부 압력에 못 이겨 삼성을 초일류로 만든 경영상 장점까지 포기하는 선언을 해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