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 청사에 출석하는 모습

“증인이 지금 피고인(정경심) 변호인입니까?”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의 공판에서 재판부가 증인으로 나온 장영표 단국대 교수를 질책했다. 증인 신분으로 법정 출석한 장 교수가 마치 정씨 변호인인 듯 정씨를 옹호하는 ‘막무가내식’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씨가 2007년 여름 딸 조모씨가 다니던 한영외고의 같은 반 친구 아버지인 장 교수에게 부탁해 딸이 2주간 단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듬해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장 교수가 딸 조씨를 논문에 제1저자로 올리고 대학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위 확인서를 만들어줬고, 정씨와 딸 조씨는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딸 조씨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장 교수 : 조씨는 2주를 약속하고 나온 겁니다. 어떻게 계속 나올 수가 있나요? 추가 실험을 한 적이 없더라도 말이죠.
재판장 : 증인, 사실관계는 우리가 판단합니다.
장 교수 : 판단하실려면 얘기를 해야 하잖습니까. 이건 필요한 설명입니다.
재판장 : 증인이 지금 피고인 변호인입니까? 몇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사실관계만 대답하세요.

장 교수는 고교생 신분이던 딸 조씨의 의학 논문 기여도가 관련 실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연구원보다 크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같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관련 의학 논문의 공동저자 현모씨가 “딸 조씨의 논문 기여도는 없었다”고 증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현씨는 2005년 말부터 논문이 완성될 때까지 실험을 주도하고 논문에 쓰일 데이터를 추출했다.

재판장 : 잠깐만요 증인, 증인이 논문 완성하는데 현모씨의 역할이 컸나, 조씨의 역할이 컸나.
장 교수 : 간단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
재판장 : 몇 년 동안 실험한 현모씨보다 딸 조씨가 2주동안 한 게 더 크다는 건가.
장 교수 : 저는 현모씨한테 신생아 허혈성 뇌손상에 대해 설명해 준 적도 없고 얘기한 적도 없다.
재판장 : 딸 조씨의 역할이 더 크다는 건가
장 교수 : 그 당시에 그렇게 생각해서 1저자로 넣었다.

장 교수는 “현씨는 월급받고 일하는 기술자일 뿐이고 아르바이트였는데 어떻게 제1저자로 해주냐”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검토해 보라’고 조씨에게 논문 초안을 보내면서 현씨에게는 보내지도 않았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11차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 교수의 해명과 달리 작년 9월 대한병리학회는 조 전 장관 딸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해당 논문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자 논문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논문은 학회지 등재에서도 빠졌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고등학생이던 조 전 장관 딸을 제1저자로 올린 의학 논문에 대해 책임저자인 장 교수가 논문을 자진 철회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이날 자신의 검찰 진술 내용도 부인하다 위증죄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조민 부모님이 논문 관련 얘기를 꺼냈기 조민에게 논문작성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확인하자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자 주심인 권성수 부장판사가 “자칫 위증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서 후 자신이 말한 대로 조서가 기재돼 있다고 인정했음에도 이를 뒤집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자 장 교수는 “앞으로는 신중히 대답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가 당시 조씨에게 논문 작성을 지시했지만 조씨는 두 장짜리 개요서만 낸 채 장 교수의 수정 지시 등에도 응하지 않았고, 결국 초안 작성을 비롯해 모든 논문 작업은 자신이 했다는 게 장 교수의 증언이다.

앞서 장 교수는 작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딸 조씨가 “논문은 영어로 쓴다. (딸 조씨가 논문 영작에 참여한 것은) 굉장히 기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작에 기여를 했기 때문에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실어줬다는 취지다. 장 교수는 해당 인터뷰에서 “(딸 조씨가) 외국 대학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제1저자로 하게 됐다. 그게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지 어쩌겠느냐”며 “그런데 외국 대학 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려대를 갔다고 해서 상당히 실망했다”고 했었다.

장 교수는 이날 증언을 마치며 “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로 인해 상처를 준 점은 죄송하다”며 “조씨 역시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으면 열심히 공부해 훌륭하고 좋은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