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올 초 라임 사태에 연루된 경제수석실 행정관의 비위를 감찰하고도 징계나 수사 의뢰 등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끝냈다고 한다. 라임 사태는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1조 6000억원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대형 금융 사기 사건이다. 그런데 금감원 출신인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사기범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 행정관에게 "(라임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적 있느냐"고 묻고 행정관이 이를 부인하자 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비위를 감찰한 게 아니라 감찰하는 시늉만 한 것이다.

청와대 감찰이 문제가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특감반이 여권 핵심 인사의 채용 청탁과 금품 비위를 보고하자 오히려 그 특감반원을 '비리 혐의자'로 몰아 청와대에서 쫓아냈다. 특감반이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유재수씨의 비리를 감찰했을 때는 "피아(彼我) 구별도 못 하느냐" "노무현 정부 시절 함께 고생한 사람이니 잘 봐주라"고 압력을 넣어 감찰을 중단시켰다. 조국 전 법무 장관과 그 가족의 수많은 파렴치 불법들, 대통령 비서실 부서 여덟 개가 개입한 울산 선거 공작도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우리 편이니 봐주자'며 외면한 것이다.

반대로 정권에 불리한 경우에는 공직자들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면서 가혹하게 감찰했다. 언론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영장도 없이 외교부와 복지부 공무원 수십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조사를 했다. 유출 흔적이 나오지 않자 사생활을 캐내 징계했다. 심지어 경호처장이 부하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쓴 의혹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경호처 직원 150명의 통화 내역을 가져간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라임 사태 연루 행정관 감찰은 포렌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특혜를 준 이유가 밝혀져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문제의 행정관은 지난해 4월 경제수석실에 근무하면서 금감원의 라임 관련 사전조사서를 금융 사기꾼들에게 빼 줬다고 한다. 이들과 수시로 룸살롱에서 어울리면서 금감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라임 조사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해 5월에는 매달 수백만원씩 쓸 수 있는 법인 카드와 현금을 라임 측으로부터 받았고, 친동생을 라임 관련 업체에 사외 이사로 취업시켰다. 이처럼 행정관이 불법에 가담해 뒤를 봐주는 사이 사기꾼들은 펀드에서 빼낸 돈으로 기업을 사냥하고 인수한 기업 자금을 횡령해 빈껍데기로 만들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청와대가 제대로 일했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라임 연루 행정관에 대한 '맹탕 감찰'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당선자가 공직기강비서관 시절 담당했다고 한다. 조국씨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바로 그 사람이다. 행정관 거짓말에 속았다면 공직자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덮어 주었다면 범죄를 은폐한 것이다. 라임 사기꾼들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끝까지 수사해 모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