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의 강제 추행 사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한국여성민우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참여연대 등 다수의 여성·인권 단체들은 23일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거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아직 (성명 발표)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성명 발표를)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

이날 오전 11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기자회견을 연 직후부터 오 전 시장과 관련한 뉴스들이 포털사이트 상위에 올랐고, 본인이 자진 사퇴를 결정할 만큼 사안이 심각했지만 '긴급 성명' 등의 움직임조차 없었던 것이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여성 단체들이 미투 운동 초기 좌파 성향 가해자들에 대해 침묵하더니 이번에도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 단체들은 그간 야당에 대해서만 '선택적 분노'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2018년 친문 성향 연출가 이윤택씨의 극단원 상습 추행에 대해 여성 단체들은 일주일이나 침묵하다가 여론에 떠밀리듯 성명을 냈다. 작년 5월 민주당 소속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장의 아내 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도 여성 단체들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야당은 "우리 여성 단체 '여(女)'자는 '더불어 여(與)자'인가"라고 했다. 탈북 과정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이 짓밟히는 사례에 대해 언급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여성 단체들은 서지현 검사가 2018년 방송에 나와 성추행 피해 관련 인터뷰를 했을 때는 빠르게 입장 표명을 했고, 작년 5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달창'이라고 하자 "여혐 표현"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