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한때 입원했던 보리스 존슨(55) 영국 총리가 병상 옆을 지킨 두 외국인 간호사들에게 자신을 아무런 호칭 없이 그냥 “보리스”라고 불러 달라고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퇴원 후 런던 총리 관저에서 자신을 돌본 두 외국인 간호사들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존슨 총리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48시간동안 그를 돌본 간호사 루이스 피타르마(29)씨와 제니 맥기(35)씨에 대해 영국 BBC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각각 포르투갈과 뉴질랜드 출신으로, 둘다 영국인이 아니다. 존슨 총리가 입원한 영국 런던의 세인트토머스 병원에서 4년동안 근무한 피타르마는 “존슨 총리를 돌보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고위직에 있는 사람을 간호해 보는 건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다”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그를 돌본 뉴질랜드 출신 간호사 제니 맥기씨가 22일(현지 시각) TVNZ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의 긴장을 풀어준 건 존슨과의 첫 대화였다. 총리에게 “제가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자 “그냥 ‘보리스’라고 부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성(姓)이나 ‘총리님’ 같은 호칭을 떼고 친구 사이에 하듯이 이름만 편하게 부르라고 한 것이다. 피타르마는 “존슨 총리가 아무런 격식도 차리지 않길 원했기 때문에 내가 좀 긴장을 좀 덜 수 있었다”고 했다.

피타르마는 포르투갈 북서부 아베이루 출신으로 수도 리스본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6년 전 영국 런던으로 와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인트토머스 병원 시니어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간호 훈련을 처음 받은 2009년부터 세인트토머스 병원에서 일하는 걸 꿈꿨다고 한다. ‘백의의 천사’의 대명사인 영국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1860년 세계 최초로 전문 간호학교를 세운 곳이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그를 돌본 포르투갈 출신 간호사 루이스 피타르마(오른쪽 둘째)씨가 그의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피타르마가 이런 얘기를 존슨 총리에게 하자, 존슨은 “그토록 오랫동안 여기서 일하고 싶어했다니 놀랍다”며 “내가 간호가 필요할 때 당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고 답했다고 한다. 존슨 총리는 지난 12일 퇴원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피타르마와 맥기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48시간 동안 내 병상 옆을 지켰다. 생명을 구해준 빚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존슨 총리를 돌본 또다른 간호사 맥기는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 도시 인버카길 출신으로, 호주 동남부 멜버른에서 중환자 간호 교육을 마치고 8년 전 영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경력 10년차 간호사로 중환자실 조(unit) 책임 간호사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뉴질랜드 방송 TVNZ와의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에 대해 “우리가 최선을 다했던 또다른 한 명의 환자였을 뿐”이라며 특별 대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존슨이 퇴원한 뒤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남기고 병원 야근조 근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기는 코로나가 영국에서 한창 확산하던 때 휴가를 맞아 뉴질랜드에 있었음에도 영국으로 돌아와 코로나와 맞서 싸우기를 택했다. 그는 “간호사로서 책임을 느껴 돌아오지 않는 건 선택사항조차 아니었다”고 했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를 돌본 제니 맥기(왼쪽 위 모자 쓴 사람) 세인트토머스 병원 간호사.

맥기는 존슨이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뉴질랜드에서 온 제니”라고 직접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쏟아지는 친구, 가족들의 연락에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었는데, 다시 켜보니 이번에는 저신다 아던(39) 뉴질랜드 총리까지 감사 메시지를 보내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소속 의료진 중 지금까지 코로나로 숨진 이가 최소 33명에 이른다. 이 중 14명이 필리핀, 홍콩, 파키스탄 등 외국 출신이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지난 11일 “NHS에 일하러 와서 코로나로 숨진 이들의 비율이 이렇게 높다는 사실에 한 대 얻어맞은 것 같고 속상하다”고 했다.

존슨 총리는 퇴원한 후 현재 런던 인근 버킹햄셔에 있는 체커스 총리 별장에서 계속 요양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