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억도 인공태양 담는 그릇 만들었다

입력 2020.04.20 14:00

국가핵융합연구소 진공용기 완성 기념식
태양에너지 원리 모방한 핵융합로 부품
고온 진공 상태 유지하는 용기
5월 프랑스 건설지로 이동 예정

국제핵융합실험로 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 제작현장./국가핵융합연구소
국제핵융합실험로 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 제작현장./국가핵융합연구소

인공 태양을 담을 그릇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진공 용기’의 첫 번째 부품(섹터)이 국내에서 완성됐다. 완성된 섹터는 다음달 ITER 건설지인 프랑스로 운송될 예정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ITER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 기념식’을 개최했다. 핵융합로의 가장 안쪽에 있는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섭씨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plasma·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그릇 역할을 한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모방한다. 태양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플라스마 상태에서 융합하면서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감소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ITER는 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여서 ‘인공 태양’이라 불린다. 한국과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중국·인도 등 7개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ITER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핵융합로의 핵심인 진공용기는 특수 스테인레스 강 소재의 이중격벽 구조물이다. 완벽한 진공 상태 구현을 위해 제작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진공용기는 60㎜ 두께의 특수 스테인리스 강을 1㎞에 걸쳐 용접해야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내벽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오차가 수 ㎜ 이하가 돼야 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 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국가핵융합연구소
국제핵융합실험로 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진공용기는 9개의 섹터로 나뉘어 제작된다. 최종 조립하면 높이 13.8m, 지름 19.4m, 무게 5000t에 이르는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이 된다. 이번에 완성된 섹터 6번(11.3m, 폭 6.6m, 무게 400t)은 진공용기를 조립하는 데 기준점이 되는 부품이다. 이곳이 가장 먼저 설치되고 이후 다른 섹터들의 조립 설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6번 섹터는 전체 9개 가운데 가장 먼저 제작되는 만큼 각종 기술적 난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재 총 9개의 ITER 진공용기 섹터 중 4개 섹터는 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유럽연합(EU)에서 제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많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공용기 섹터 6번의 제작을 계약 10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며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머지 3개 섹터도 적기에 조달하여 성공적인 ITER 건설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완성 기념식 이후 ITER 진공용기 6번 섹터는 최종 검수 및 포장 과정 등을 거쳐 5월 중순 프랑스로 이동한다. 7월 초 프랑스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건설지에 도착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ITER 장치 조립이 시작된다.
프랑스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건설부지 모습./국가핵융합연구소
프랑스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건설부지 모습./국가핵융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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