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쯤 중학생 대상 EBS 라이브특강을 제공하는 EBS 중학 홈페이지.

전국 초·중·고생 약 400만명이 온라인 정규 수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17일 오전 EBS 온라인 클래스 일부에서 접속 장애가 일어나자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 때마다 속이 터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생각보다 무난하게 먹통 현상 없이 지나간 것만으로도 비교적 정상화됐으며 성공적이다"라고 자화자찬한 지 하루 만에 또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선생님 접속 안 돼요" 학생 문의에 진땀

일선 학교에서 학습관리시스템으로 이용하는 EBS 온라인 클래스는 17일 오전 로그인 기능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다. 오전 8시 42분부터 10시 5분까지 80여분간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접속하는 '통합 로그인' 기능에 오류가 생겨 일부 교사와 학생들이 접속을 할 수 없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엔 교사들이 학급방을 만들고 강의 영상 등을 올린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원격 수업은 대부분 이 온라인 클래스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날 오전 9시 전후로 EBS 홈페이지도 30여분 동안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이란 메시지가 뜨며 '먹통'이 됐다. 한 고교생은 "학교 공부가 부족해 EBS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특강을 보며 보충하고 있었는데 접속이 안 돼 당황스러웠다"며 "결국 유튜브를 통해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답답해했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하기보다는 '접속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를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중2 와 초6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사교육 업체의 스마트학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앱만 누르면 자동 로그인 되는 것과 학교 온라인 개학이 너무 비교가 된다"며 "콘텐츠 질은 차치하고 접속부터 어려우니 출석이나 과제물 확인을 하는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300만명 동시 접속 가능하다지만 병목현상

교육부 관계자는 "최대 300만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지만 일시에 접속자가 몰리며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EBS 온라인 클래스 동시 접속자는 최대 48만 7510명이었다. 차재혁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접속할 수 있는 서버 용량을 아무리 크게 잡았어도 (사용자가 몰리면) 병목 지점이 있을 수 있다"며 "시스템 오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제 원인을 단기간에 찾아 대폭 수정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16일부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원격 수업 커뮤니티인 '위두랑'도 접속 장애가 발생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공공 플랫폼에 계속 오류가 생기자 학교에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한 초등 교사는 "원격 수업 준비뿐 아니라 학생들의 인터넷 환경이나 접속 오류 문제도 챙겨줘야 한다"며 "상담 목적보다는 접속 문제 해결을 위해 학부모와 통화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한 고교 교사는 "3학년 수업을 일주일 하고 나서 교사들이 반포기 상태가 됐다"며 "출석과 과제물 확인에만 수업이 치우쳐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교육부에 "원격 수업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통합 로그인 환경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현재는 EBS가 운영하는 '온라인 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e학습터'나 '위두랑' 아이디를 각각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근할 수 있게끔 로그인 정보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접속 장애를 해결하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초등 교사는 "어차피 세 사이트를 모두 쓰는 학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