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 총선은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승패(勝敗)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구가 많았다. 일부 접전 지역에선 밤새 1·2위가 수차례 뒤바뀌는 역전극이 벌어졌다. 전국 지역구 253곳 중 스물네 곳은 3%포인트 안팎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박빙 선거구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는 역대 최고 투표율(26.69%)을 기록한 '사전 투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빙 지역, 사전 투표함이 승패 갈랐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격전지로 꼽혔던 선거구에서 사전 투표가 막판 개표 결과를 뒤집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전 투표는 격전지 개표에서 여당 후보자들이 역전하는 데 결정적 변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8일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의 세월호 막말 논란이 터지면서, 10~11일 실시된 사전 투표에서 중도·부동층 표심이 이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광진을에선 민주당 고민정 당선자가 5만4210표를 얻어 통합당 오세훈 후보(5만1464표)를 이겼다. 고 당선자는 전체 투표 결과에서 오 후보에게 2746표를 앞섰다. 이는 총선 당일 본투표에선 밀렸지만, 사전 투표에서 7883표를 앞선 덕분이었다. 인천 연수을의 민주당 정일영 당선자는 5만2806표로 통합당 민경욱 후보(4만9913표)를 제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정 당선자는 총 투표 결과에서 민 후보보다 2893표가 많았다. 정 당선자는 본투표에선 민 후보에게 뒤졌지만, 사전 투표에서 6187표 더 많았다. 또 대전 중구에선 민주당 황운하 당선자가 6만6306표를 얻어 통합당 이은권 후보(6만3498표)를 2808표 차이로 이겼다. 황 당선자는 총선 당일 본 투표에서 이 후보에게 밀렸지만, 사전 투표에선 이 후보보다 8441표를 많이 획득하며 금배지를 달았다.

1500표 차 이내로 승부가 갈린 선거구 중 세 곳은 사전 투표로 승패가 뒤바뀌었다. 세 곳 모두 이긴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당선자들이 총선 당일 본 투표에선 밀렸지만, 사전 투표에서 승부를 뒤집으며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을 꺾은 것이다. 특히 막판에 개표된 관외 사전투표함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하갑의 민주당 최인호 당선자는 3만9875표를 얻어 통합당 김척수 후보(3만9178표)를 697표 차이로 이겼다. 지난 10~11일 사전 투표에서는 최 당선자가 1만6772표, 김 후보 1만2154표로 최 당선자가 4618표를 더 얻었다. 충남 천안갑과 부산 남구을에서도 사전 투표로 당선자가 뒤바뀌었다. 본 투표는 통합당 후보가 이겼지만, 사전 투표에선 민주당 후보가 크게 앞서 두 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전국 상당수 지역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샤이 보수는 예상보다 적었다

이번 선거에선 "20~30대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고, 50~60대 이상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총선의 연령대별 사전 투표율은 60대 이상(30.08%)이 가장 높았다. 50대는 29.78%였다. 반면 20대는 25.03%, 30대는 21.36%였다. 사전 투표수 역시 60대 이상(361만3713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57만6527명), 40대(207만4663명), 20대(172만2명), 30대(149만4267명), 18~19세(26만3505명)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1960년대생 80년대 학번인 '86그룹'이 대부분 50대에 편입되면서 유권자 지형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50대, 60대 이상에서도 상당수가 이번 총선 사전 투표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은 총선 직전까지도 여권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숨은 보수 지지층)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합당에선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정권을 심판하는 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15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4.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2.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