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 편향성과 정보 은폐 등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전날 "내가 아는 트럼프 대통령은 WHO를 지원해주는 사람이다. 자금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많은 부분에서 WHO가 틀렸다"며 자금 지원 보류를 검토하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더 많은 시신 가방을 원치 않으면 코로나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이후 유화적 언급을 했지만 트럼프 마음을 돌리지 못한 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확산을 은폐하는 데 있어 WHO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당국자들이 평가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중국 측 주장을 WHO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투명하다"고 칭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WHO는 (중국으로부터) 바이러스 샘플을 얻는 데도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매년 4억~5억달러(약 4800억~6000억원)를 WHO에 내는데, 중국은 약 4000만달러(약 490억원)를 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확진자 수가 60만명을 넘고, 사망자가 2만60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늑장 대처했다는 국내 비판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24일 트위터에 "중국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그들의 노력과 투명성에 크게 감사한다"며 중국의 '투명성'을 칭찬했었다.
미국의사연합(AMA)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삭감하는 일은 전 세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위험한 조치"라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데 있어 WHO와 그 밖의 다른 인도적 기구들을 위한 재원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완전히 중단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번 조치는 미국 당국자들이 WHO의 문제점을 평가하는 동안의 '일시 중단'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단 기간이 2~3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평가 결과에 따라 향후 자금 지원이 재개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