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태평양 항공모함들이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해군과 대만 국방부 등에 따르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미사일 구축함 등으로 이뤄진 중국 해군 군함 6척이 11일 대만과 일본 사이의 미야코(宮古) 해협을 통과해 대만 동부 해역에 진입했다. 미야코 해협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관문이자 미국의 대중(對中) 군사 봉쇄 전략지다. 중국 항공모함이 접근하자 대만은 군함과 전투기를 보내 대응했다. 랴오닝함은 이후 대만과 필리핀 사이에 있는 바시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중국 항모가 미야코 해협을 통과하거나 대만 인근에 접근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 중국이 자체 기술력으로 건조한 항공모함 산둥함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이 주목받은 것은 미군이 태평양에 배치한 항공모함들이 코로나 방역, 정비 등의 이유로 항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군이 태평양에 배치한 항공모함 4척에서 모두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 현재 루스벨트함은 괌에,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니미츠함과 칼 빈슨함은 미국 서부 해군 기지에 정박 중이다. 연합신문망 등 대만 언론은 14일 "코로나가 태평양의 미군 배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현재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운영 중인 함정은 미사일 구축함인 배리함 한 척뿐"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대만 내 반응을 인용해 "랴오닝함 등 여러 척의 군함을 내보낸 것은 기본적인 훈련 목적 이외에 '근육'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해군이 전염병(코로나)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 해군은 먼바다로 군함을 보내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중국 해군 대변인은 "연례 계획에 따른 기동훈련"이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훈련 활동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대만과 남중국해 일대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일 H-6 폭격기, 젠-11 전투기 등을 바시 해협으로 통과시키는 훈련을 실시했다. 같은 날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인 배리함이 대만 해협을 통과했다. 미 해군은 배리함이 3월 말 남중국해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군은 지난 3월 말 이후 대만 주변에 EP-3 정찰기를 7차례 띄우며 중국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무역 전쟁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 사태 책임론을 놓고 연일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국의 갈등이 남중국해 등에서 무력 충돌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재선에 성공한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다음 달 하순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대만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도 높아질 전망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