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文의 '코로나 복권', 실력인 줄 착각하면 쪽박 된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09 03:20

대구서 확산됐던 코로나 불길, 총선 직전 진화로 好材 반전
세계경제 무차별 초토화가 소주성 탈원전 실책도 덮어…
정책 갈아엎고 새 출발 기회 놓치면 재앙으로 돌변할 것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카드 한 장으로 총선을 치르고 있다. 야당이 실정(失政)을 따지면 "코로나 전투가 먼저"라고 뭉개고 유권자에겐 "여당이 승리해야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코로나가 이쪽저쪽으로 돌려 쓰는 도깨비방망이 구실을 한다.

코로나 사태가 여당의 총선 전투를 지원하는 천군만마인 것은 분명하다. 재난 상황은 그 자체로 집권 세력에게 정치적 호재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다. 코로나에 대한 최악의 대응으로 전 세계 확진의 4분의 1이 발생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마저 지지율이 고공 행진한다.

8일 현재 1만명이 넘는 확진자로 세계 열일곱째인 한국 성적표는 결코 자랑거리가 못 된다.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확진자가 많은 곳은 진원인 중국 한 곳뿐이다. 중국과 경제 공동체나 다름없는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처음부터 중국발 입국을 틀어막는 철통 방역으로 확진자가 우리의 10분의 1 언저리다. 그런데도 한국이 평가받는 것은 초기 대구 신천지 쇼크를 빠른 시간 내에 통제했다는 대비 효과 덕분이다. 친문(親文)들이 "손절해 버리자"고 했던 TK의 희생이 문 대통령에게 '모범 방역'이라는 훈장을 달아준 셈이다.

초기 대확산을 진압한 공로도 정권 몫은 아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진단 키트 개발에 착수한 민간 업체와 이들에게 신속하게 허가를 내준 질병관리본부, 수준 높고 헌신적인 우리 의료진과 간호인력, 전 국민이 부담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시스템이 자칫 비극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코로나 대확산의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런 공훈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문 정권 관계자가 누가 있나. 단 한 명도 꼽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넷 중 셋은 "정부의 코로나 정책을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당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노릇이지만 나랏일이 잘 풀리면 정권 덕, 꼬이면 정권 탓이 되는 게 세상 이치다.

타이밍까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총선이 한 달 앞당겨 치러졌다면 어찌 됐겠나. 당시 한국은 중국의 뒤를 따르는 코로나 창궐국이었다. 우리 국민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계 도처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국내에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투표장을 향했을 것이다. 반대로 총선이 한 달 뒤였다면 어찌 됐을까. 요즘 전 세계 도심은 코로나 빙하기를 맞아 얼어붙어 있는데, 대한민국의 주말 나들이, 심야 클럽은 거의 평상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그 결과는 3~4주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다. 한마디로 4월 15일 총선 일정은 우리 코로나 대응 그래프가 최정점을 찍는 시점에 맞춰진 것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 경제를 무차별적으로 초토화한 것도 문 정부에는 '축복'이었다.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복세가 꺾였다"는 기막힌 핑곗거리가 생긴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이 경제를 망쳤다는 증거도 함께 증발해 버렸다. 운전 잘못으로 큰 흠집을 낸 자가용을 남의 차가 박아주는 바람에 한꺼번에 보험 처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은 지금 가슴을 쓸어내리며 '코로나, 아멘'을 외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 카드 정도가 아니라 '코로나 복권'이라고 부를 만하다. 복권 당첨금의 정확한 액수는 일주일 후에 결정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1등 당첨 횡재가 예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표함은 까봐야 안다. 2000년 총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됐을 때 집권당 대박이 떼 놓은 당상인 것 같았는데 결과는 야당이 과반 의석에 육박하는 압승이었다. 여당 등을 밀어주는 코로나 순풍의 기세가 사납게 느껴지지만 문재인 집권 3년에 분노한 바닥 민심 기압골도 만만치는 않다.

대박이든 중박이든 문 정권이 그 당첨금을 잘 활용만 하면 총선 이후 형편도 필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정권이 3년 동안 잘못 깔아놓았던 국가 운영 프로그램을 코로나 리셋 단추를 눌러 완전히 갈아엎으면 된다. 그렇게 새 출발을 하면 코로나는 정권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코로나 복권이 가져다준 횡재를 자기 실력 덕분인 것으로 착각하면, 그래서 여태까지 온 길을 계속 가겠다고 우기면 총선 대박이 쪽박으로 신세가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복권 1등 당첨자들의 비참한 몰락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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