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0시 중국 우한(武漢)의 ‘동대문’이라고 불리는 우어(武鄂)고속도로 공자링(龔家嶺) 요금소. 전날 오후 7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4㎞가량 대기 행렬을 이뤘던 차들이 자정이 되자 우한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월 23일 우한에 내려졌던 봉쇄령이 이날 해제되면서 우한시 정부는 공자링 요금소를 비롯해 75개 진출로를 재개방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공자링 요금소 한 곳에서만 이날 정오까지 차량 1만2000대가 빠져나갔고, 밤까지 총 2만대가 우한을 벗어날 전망이다.
같은 시각 우한 톈허(天河)국제공항, 한커우(漢口) 기차역 등도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8일 하루 기차 276대를 이용해 5만5000여명, 비행기 111대를 이용해 6000여명이 우한을 빠져나갈 전망이다. 자기 차를 모는 사람을 포함하면 하루 동안 수십만명이 우한을 떠나 중국 전역으로 향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상 초유의 ‘대도시 봉쇄’를 실시했던 중국 중부 도시 우한이 8일 76일만에 봉쇄를 풀었다. 우한에서 일하거나 우한을 단기방문했다가 2달 넘게 도시에 갇혔던 외지인 수백만명이 집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이날 우한 시내에서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는 곳곳에서 정체를 빚었고, 한커우역 등 기차역 광장에는 기차를 타려는 사람 수백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차로 우한을 벗어나던 한 남성은 CCTV 인터뷰에서 “아내, 딸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기는 처음”이라며 “빨리 가서 쉬고 바로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나가는 문은 열렸지만 우한시 정부는 2월 1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거주 단지별 ‘봉쇄식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출근이나 생필품 구매 등의 사유를 밝혀야 한다. 1·23 봉쇄령으로 전면 중단됐던 우한 시내버스와 지하철은 3월말 운행을 재개했지만 감염 등을 우려해 아직은 이용객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학교 역시 아직 개학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날 중국 보건 당국은 7일 하루 동안 62명이 코로나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이 확진자에 포함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을 받았지만 증세가 없는 경우)도 137명이 늘면서 코로나가 재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늘어난 무증상 환자 가운데 30명은 우한 등 후베이(湖北)성에서 나왔다.
바이러스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국제선을 대폭 축소했던 중국은 육로도 닫고 있다. 중국 정부는 7일부터 헤이룽장(黑龍江)성 쑤이펀허(綏芬河) 세관 등 러시아로 이어지는 육상 이동로를 임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등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이 러시아·중국 육로를 이용해 귀국하고 있는데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쑤이펀허의 경우 주민들의 외출을 제한하는 등 봉쇄에 돌입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아프리카 출신들이 집단거주해 ‘리틀 아프리카’로 불리는 웨슈(越秀)구 일부 지역을 봉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8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광저우에서 4월 열릴 예정이었던 중국수출입상품교역전(캔톤 페어)을 6월 중·하순 온라인으로만 개최하기로 했다. 1957년 시작된 캔톤 페어는 중국 최대 무역 행사로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문화대혁명(극좌 사회운동) 때도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