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과 25분간 통화를 갖고 코로나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번 통화는 테드로스 사무총장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고 싶다”며 “하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 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 지원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5월에 화상으로 개최될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아시아 대표로 대통령께서 기조발언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 보건부·외교부 장관을 지낸 뒤 2017년 아프리카 출신 첫 WHO 사무총장에 오른 인물이다. 의사 출신이 아닌 첫 WHO 사무총장이기도 한 그는 중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엔 노골적으로 중국의 방역 정책을 칭찬·두둔해 비판 받았고, 최근 국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사퇴 촉구 청원’엔 100만명 가까이 서명하기도 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통화 제안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통화를 요청한 것은 대통령께서 코로나19 사태에 발휘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적극적인 검사와 진단, 확진자 동선 추적 등 한국의 포괄적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전세계 정상들에게도 한국의 이런 포괄적 접근 방식이 공유될 수 있도록 독려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WHO 권고에 따라 인적·물적 이동의 불필요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각국에서 요청하는 방역 노하우와 방역 물품을 형편이 허용하는 대로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고 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세계보건총회(WHA) 기조 발언을 부탁하면서 “현재 메르켈 독일 총리와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해 발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교장관 등 외교채널을 통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앞서 지난 2월 코로나 사태와 관련, “중국의 조치 덕에 코로나가 심각하게 해외로 확산하는 걸 막았다” “중국이 발병을 원천 억제하기 위해 취한 조처가 세계에 시간을 가져다줬다”고 했었다. 이어 지난달엔 “(중국을 넘어) 유럽이 코로나 진원지가 됐다”고 했다가 국제적 비난을 샀다. 그는 “비이성적 공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WHO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수준(6단계)인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미뤄오다 지난달 11일 결국 팬데믹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