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 하자 중국이 분노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1일 유럽연합(EU) 등 코로나 주요 피해국에 마스크 1000만장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700만장은 유럽 내에서 코로나 피해가 큰 11국에 보내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EU에 지원을 약속한 마스크 수량(220만장)의 3배 수준"이라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만의) 연대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대만의 마스크 외교에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회원이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한창이던 2009년 WHO 옵서버(참관인) 자격을 얻었지만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하면서 2016년 옵서버 자격을 상실했다. 대만은 그간 미국, 일본 등의 지원을 받아 옵서버 자격을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대만은 우수한 방역 성적과 함께 마스크 외교를 앞세워 WHO 참가를 재추진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4일까지 355명이 코로나에 감염돼 5명이 숨지는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대만 언론들은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된 직후 중국 등과의 교통편을 차단하고, 마스크 조기 생산·배급에 나선 것을 비결로 꼽고 있다.
대만의 국제 무대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대만과 미국의 외교 고위 관리들이 지난달 31일 '대만의 국제 무대 참여 확대'를 주제로 화상 회의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회의에서 대만의 WHO 옵서버 지위 회복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를 거론하며 "전염병을 이용해 정치적 술수를 도모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