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강타당한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한다고요?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사진〉 교수는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주요국은 이미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고 꽤 긴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대공황, 세계대전, 금융 위기 등 과거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는 진입하고 있다. (경제의) 지옥문이 열릴지 모른다"고도 했다. 영국 출신인 투즈 교수는 경제사학계의 석학이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을 깊이 있게 분석한 1000쪽짜리 역작 '붕괴(Crashed)'를 2018년에 냈다. 그는 "한국은 바이러스를 상대적으로 잘 통제했다. 이제 문제는 길게 이어질 경제 충격을 버텨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급반등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인가.

"그 기회는 사라졌다. 방역에 실패한 세계는 동시다발적으로 경제를 폐쇄하고 있다. 미국인 1000만명이 2주 사이에 일자리를 잃었고 전 세계 학생 13억명이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이다. 인류가 본 적 없는 위기다. 금융이 충격을 유발한 2008년 금융 위기, 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산업은 활발히 가동됐던 전시(戰時)와도 완전히 다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인류가 수십 년 동안 신봉해온 구호가 무력해졌다. 전 세계적인 실업과 생산 차질은 인류 사회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큰 규모의 파장을 남길 것이다."

―무엇을 각오해야 하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실물경제가 망가지고, 거기에 더해서 금융시장의 패닉(극심한 공포)까지 발생하고 있다. 문제 위에 더 큰 문제가 자꾸 더해진다. 앞으로의 관건은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나서 경제를 깨우려 할 때 경제가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다.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단기적 충격에 의한 장기적 손상'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런던 중심가 텅 빈 마켓 -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지난 3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중심가 레든홀 마켓 내부가 텅 비어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포함해 4만2000여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영국은 3월 서비스업황 지수(PMI)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깊은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중앙은행과 각국 정부가 전에 없는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무용지물인가.

"불과 15년 전에 거대한 경제 위기(금융 위기)를 겪었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미 정부는 그때의 전술을 더 빠르게, 더 큰 규모로 집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대처는 '두더지 잡기' 수준에 불과하다. 연준과 정부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선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거대한 구멍이 생겨서 경제의 큰 축 하나가 무너져내리는 상황을 우려한다. 침체가 붕괴로 이어지는 일 말이다."

―어떤 '구멍'이 특히 불안한가.

"부동산 시장에 위기의 징조가 보인다. 최근 미국 리츠(부동산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나는 본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택담보증권 리츠 지수는 지난 한 달 사이 60% 폭락했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도 뇌관이 될 위험이 있다."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은 어떤가.

"한국은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불안하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 이전에도 중국의 막대한 부채라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을 안고 있었다. 늘어나는 부채를 통제해야만 하는 중국 지도부는 금융 위기 때와 달리 코로나 충격에 적극적으로 돈을 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품을 꺼뜨릴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 보일 정도다. 한국엔 악재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후 세계는 어떻게 바뀔까.

"몇 개월 후에 세상은커녕 내 생활조차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토록 거대한 불확실성은 이제껏 없었다. 수많은 실업자는 다시 일터로 나갈 수 있을까. 미국 가구의 50%는 예금이 전혀 없는데 수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으면 어떤 비극이 일어날까. 에너지·여행업은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경제는 무너졌다가 재건되겠지만 그 과정에 우리가 본 적 없는 진폭으로 요동칠 것이다. 폭력적인 변동성을 각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