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에 “제발 우리를 내려달라”는 서한을 보냈던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해임됐다. 미 해군은 크로지어 함장이 해당 서한을 직접적으로 외부에 유출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최소한 유출 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크로지어 함장으로서는 사실상 부하들의 생명과 자신의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브렛 크로지어 전 루스벨트함 함장.

크로지어 함장은 지난달 30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지는 루스벨트함에서 승조원들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미 국방부에 보냈다.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니다. 승조원들은 죽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은 이튿날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을 시작으로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지난 1일 미 해군은 승조원 4800여명 중 필수요원 1000여명을 제외한 인원을 항모가 정박 중인 괌의 호텔 등에 격리시키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 시각) 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이날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나의 지시에 따라 항모전단장 스튜어트 베이커 제독이 크로지어 함장을 해임 했다”고 밝혔다. NBC뉴스는 “그의 계급(대령·captain)은 유지되고 해군에도 계속 남아 있게 된다”고 전했다. 모들리 대행은 기자들에게 “크로지어 함장이 언론에 서한을 유출했다는 증거가 나와 해임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나는 그가 정보를 누설했다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서도 “그 서한이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들리 대행은 기자들에게 “크로지어 함장은 해당 서한을 복사해 20~30명에게 퍼뜨리면서 논란을 일으켰다”며 “극도로 잘못된 판단에 따라 해임된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지어 함장이 군 규율을 어기고 지휘계통을 벗어나 서한을 보내면서 유출 위험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브렛 크로지어 전 루스벨트함 함장.

루스벨트함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확진자가 3명 발생한 데 이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CNN에 “루스벨트함에서 모두 11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모들리 대행은 이날 “4800여명 중 1273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