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있어 대구에 봄이 왔습니다”

지난달 11일 오전,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서 환자 이송을 앞둔 소방관들이 청테이프로 정강이 부분과 덧신을 고정하고 있다. 방호복을 고정해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2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 입구에 소방구급대원들을 위한 응원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파견된 구급대원들은 이날 이곳에서 임무를 마치며 해산식을 가졌다.

지난 2월 22일 이후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파견된 구급대원 797명은 코로나 확진자와 의심환자 등 총 7779건의 이송 업무를 완수했다. 급증하는 대구지역 확진자를 효율적으로 이송하기 위해 소방당국이 동원령을 내린 덕분이다.

한때 구급차 147대가 빼곡하던 두류정수장 집결지에는 어느덧 구급차 20대만 남았다.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자 원대 복귀하는 소방관들이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해산식에 참석한 구급대원은 약 70여명이었다.

2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서 전국에서 파견된 구급대원들의 해산식이 열렸다.

전국 구급대원들은 한동안 대구 곳곳에서 볼 수 있던 ‘조용한 구급차’의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경광등과 경보음을 끄고 시속 60㎞ 이하 속도를 유지하며 조용히 운전했다. 소음과 불빛 때문에 다른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불안을 부추기지 않고 확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대구시민들 역시 이들의 헌신을 기억했다. 집결지로 활용된 두류정수장 입구에는 어느 순간부터 시민들이 “소방관님이 계셔서 대구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렸다. 기부 물품도 연일 줄을 이었다. 한 시민은 “대구에 봄을 주고자 고생하는 당신들 생각을 했다”면서 봄꽃인 진달래 잎을 붙인 떡을 기부했다. 초등학교 5학년 강채민(11)·지민(9) 자매는 “이 장갑 끼시고 환자 잘 이송해주세요”라는 편지를 담아 라텍스 장갑 수백장을 기부했다.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의 소방구급대원들 앞으로 답지한 기부물품과 편지

전국 소방관들은 이날 대구소방본부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하나 둘씩 몰고온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이들은 “여러분을 뒤로하고 떠나 저희가 죄송하다”고 했다. 대구소방본부는 “여러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으로 화답했다. 구급대원들의 주황색 제복이 여느때보다 따스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