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의 무리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멀쩡한 기업이 망가지고, 그렇게 해서 생긴 손실을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책은행 자금 대출로 메우게 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26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차입 신청과 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고 공시했다. 대출은 두산중공업이 1조원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 대주주인 ㈜두산은 1조2000억원 상당의 두산중공업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던 두산중공업은 1조원 대출로 일단 숨통을 트게 됐다. 재계 고위 인사는 "우량 제조 기업을 정부가 망가뜨려 숨이 넘어가게 되자, 나랏돈으로 인공호흡기를 다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자회사 실적 등을 제외한 별도 기준)은 2016년만 해도 매출액 4조7000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을 거뒀다. 핵심 수익원이던 원전 사업이 탈원전으로 붕괴되자 경영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됐고, 지난해 49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10년간 1조7000억원 규모로 지원한 자회사 두산건설의 부실화는 두산중공업 재무 구조 악화를 부채질했다.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임원 감축과 순환 휴직, 45세 이상 직원 대상 명예퇴직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며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경영난을 개선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작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이 빌린 돈은 4조9000억원, 자회사를 포함하면 빚은 총 5조9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도래하거나 갚아야 할 빚은 1조2000억원이다. 당장 내달에 갚아야 하는 회사채가 6000억원이고, 여기에 5월 돌아오는 5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