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피해자라는 손석희, 방송국서 조주빈 대리인 만났다

입력 2020.03.27 01:45 | 수정 2020.03.27 11:55

[여성단체 텔레그램 대화록 공개]

"JTBC 가면 사장 비서가 내려와"
조씨, 평소 孫사장과 친분 과시… 실제 尹 전 광주시장과 만남 성사
"孫에 뉴스 검토 부탁 1200만원" 윤 前시장이 준 돈도 1000만원대
JTBC "25일 입장문 외엔 더 없다"

"조주빈은 자신이 김웅 프리랜서 기자로부터 '손석희 JTBC 사장 가족을 해치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손 사장에게 털어놓으며 텔레그램으로 접근했다. 손 사장과 그 가족은 불안에 떨었고, 조주빈으로부터 의뢰가 있었다는 증거를 받아보려고 돈을 건넸다."

종편 채널 JTBC가 지난 25일 손석희 사장과 성(性)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와의 관계에 대해 해명한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 내용, 이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증언을 종합하면 JTBC를 통해서 발표한 손 사장의 해명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많다.

우선 조씨와 손 사장이 살해 협박범 또는 살해 청부를 폭로한 협박범과, 그 협박의 피해자 관계가 맞느냐는 것이다. 한 여성 단체가 조씨와 성착취물 유포 채팅방 회원들 간의 대화라고 공개한 텔레그램 채팅 내용에 따르면 조씨는 손 사장과의 상당한 친분을 과시했다. 여기엔 조씨 대리인이 JTBC 사옥으로 가서 조씨 가명인 '박 사장'을 언급하면 손 사장 비서가 내려와 모시고 올라갔다는 조씨 주장이 담겼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이 조씨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었다. 조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돈을 뜯긴 사건을 해명하게 해주겠다고 윤 전 시장에게 접근해 "원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의 대리인을 보내 윤 전 시장과 함께 JTBC 사옥을 방문해 손 사장을 만나게 했다. 윤 전 시장은 "내가 JTBC 사옥으로 갔을 때 조씨 대리인과 스튜디오 옆 손 사장 사무실까지 함께 갔다"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손 사장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청부 위해(危害) 의뢰를 받았다는 조씨 대리인을 사무실까지 불러들여 만난 셈이다. 이게 과연 피해자와 협박범의 관계로 볼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조주빈이 박사방 채팅창에 남긴 말들 정리 그래픽

여성 단체 등의 모임인 '텔레그램 자경단 주홍글씨'는 24일 조씨가 작년 11~12월 '박사방'에서 회원들에게 손 사장에 대해 언급한 대화록을 공개했다. 대화록을 보면, 작년 11월 16일 조씨는 자신이 손 사장과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했다. 손 사장은 자신을 '박 사장'이라고, 자신은 손 사장을 '손 선생'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조씨는 "(JTBC 사옥에서) 박 사장 심부름 왔다고 하면 사장실 프리 패스"라며 "비서가 내려와서 화물 엘리베이터로 사장실(21층)로 안내한다"고 했다. 그런데 윤 전 시장 측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조씨를 대신해 윤 전 시장을 안내한 대리인은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대화록에서 조씨는 자신이 손 사장을 통해 JTBC 뉴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나 통해서 손 사장에게 (뉴스) 자료 검토 부탁하는 것 단가 1200(만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장현(전 시장)이 손 사장에게 나 통해서 자료 넘겼지'라고 했다.

이 역시 비슷한 정황이 있었다. 윤 전 시장은 JTBC 방문에 앞서 실제 조씨로부터 "JTBC에 출연해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 사건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고, 조씨 측에 돈을 건넸다. 명목은 '활동비', 금액은 1000만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왜, 어떤 이유로 조씨 대리인과 윤 전 시장을 함께 만났는지에 대해 "어제(25일) 입장문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조씨 대화록엔 손 사장의 '뺑소니 교통사고 의혹'도 등장한다. 조씨는 '(손 사장이 사고 낸) 과천 주차장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한 게 나야'라고 했다. 손 사장은 2017년 4월 밤 10시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접촉 사고를 냈고, 이를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빚어 논란이 됐다. 조씨 주장은 당시 사고 현장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를 자신이 없앴다는 말이었다. 경찰은 부인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교회 주차장 주변 방범 카메라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훼손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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