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 확산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관은 어디일까. 언뜻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미 메릴랜드주(州)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이다.
현재 각국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십중팔구 존스홉킨스대의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 센터' 온라인 사이트를 인용해 현황을 전한다.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보건부를 시찰하며 장관과 함께 들여다보던 현황판도 CDC가 아닌 존스홉킨스대 사이트였다. 미 정부조차 산하 부처보다 사립대학 집계를 더 신뢰하는 것이다. 왜일까.
존스홉킨스대 역시 WHO와 각국 보건 당국의 자료를 1차로 반영한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별 통계, 언론 보도, 방역 전문가와 의료인 소셜미디어까지 저인망으로 훑는다. 또 WHO·CDC 등은 공공 기관끼리 취합한 통계를 다음 날 아침 업데이트하지만, 존스홉킨스대는 세계 곳곳을 훑은 자료를 쉬지 않고 실시간 갱신한다. 정보의 양과 속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존스홉킨스의 '코로나 지도'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 과학기술시스템센터(CSSE)가 지난 1월 22일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사망자, 확진자 상황을 실시간으로 갱신한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때는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만 퍼져 세계적 공포가 닥치기 훨씬 전이었다. 존스홉킨스대는 1월 28일 코로나 확산 속도와 경로를 토대로 다음 발병국을 지목했는데, 당시 확진자가 전혀 없던 한국을 '최위험국 4위'에 랭크했다. 그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코로나 지도는 당초 뎅기열·홍역 등 감염병 역학 조사를 위해 만들어둔 프로그램을 이용해 개발했다. 로런 가드너 교수는 19일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인터뷰에서 "지금은 지도가 자동 갱신되지만, 초기엔 대학원생 두 명이 수치를 일일이 입력했다"며 "WHO보다 업데이트가 늦은 적이 한 번 있는데, 학생이 늦잠 잔 날"이라고 했다. 존스홉킨스대는 의료·보건 분야에서 미국 최고 학교다. 특히 예방의학과 임상역학 연구의 최고봉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