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64) JTBC 대표이사 사장은 25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조씨의 금품 요구에 응했다는 입장을 JTBC를 통해 밝혔다. 조씨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손 사장은 조씨가 흥신소 사장을 사칭해서 텔레그램을 통해서 자신에게 접근했으며, 조씨가 ‘김웅 기자로부터 손 사장과 가족들에 대한 위해 시도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해 조씨에게 돈을 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이감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JTBC는 "조주빈이 '손 사장과 분쟁 중인 K씨(김웅)가 손 사장 및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기 위해 행동책을 찾고 있고 이를 위해 본인에게 접근했다'고 속였다"며 조씨가 직접 김 기자와 대화를 나눈 것처럼 조작된 텔레그램 문자 내용까지 제시해 손 사장이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만 김 기자가 실제로 손 사장에게 위해를 시도할 의사를 조씨에게 전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손 사장과 가족들은 불안감에 떨었다"면서 "손 사장은 아무리 K씨와 분쟁 중이라도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워 '사실이라면 계좌내역 등 증거를 제시하라'고 했다"고 했다. 이에 조씨는 증거에 대한 금품을 요구했고 손 사장은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응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후 조씨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잠적한 후 박사방 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다만 손 사장이나 JTBC는 손 사장이 조씨에게 건넨 금액의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손 사장은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고 조씨의 협박에 응한 이유에 대해선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며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