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원로에게 서운함 안겨드리는 일 바람직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9일 민주당이 범여권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친문(親文)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를 모태로 비례선거용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기로 해 정치개혁연합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관련 "현재의 전개가 몹시 민망하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기본적으로 민주당을 오랫동안 걱정해주고 도와 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 드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기존 협상 파트너였다가 선택을 받지 못한 정치개혁연합은 민주당을 향해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민주당은 공당이 아니라 사적 집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개혁연합에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함세웅 신부, 배우 문성근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민망하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협상 전면에 나서고 있는 분들 사이에 오가는 응수를 보면 민망하다는 것"이라며 "원로들은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개혁연합 측의 반발이 민주화운동 원로들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또 "정치개혁연합 (주축 원로들)과 저희 당은 수십년 동안 함께해 온 사이인데, 어제 오늘 벌어진 일은 몹시 아쉽다"며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은 극도로 자제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시민당에는 민주당 외에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이 참여한다. '이런 정당 수준으로 비례연합정당이 구성되는 것이 민주개혁 진보세력 연대가 맞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아니다"라며 "시간이 촉박해서 일단 그렇게 출발한 것이지, 그것으로 (정당 추가 참여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겠다고 했던 녹색당·미래당이 더불어시민당에 불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배제한 적 없다"며 "지금도 문이 열려 있다. 참여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녹색당은 전날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시민사회 원로도 민주당의 고충과 선의를 믿고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함께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이념 문제나 성(性) 소수자 문제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오태양씨가 공동대표인 미래당, 트랜스젠더 김기홍씨를 비례대표 6번으로 공천한 녹색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런 문제를 일도양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당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비례당 창당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때문에) 이미 위협받고 있어서, (비례연합정당에 불참할 경우) 우리는 비난받을 것이다. 그에 따르는 책임은 더 크게 추궁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데 대해 "여야가 함께 이상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선거제도 이전에 이런 정당 제도가 괜찮은 것인지 물음이 필요하다. 정당 제도부터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