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국내 방역 시스템의 컨트롤타워인 보건복지부로 번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으로서 질병관리본부,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를 아우르며 방역 실무를 총괄하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날 자가(自家) 격리에 들어갔다. 닷새 전인 13일 서울의 한식당에서 열린 중증 환자 치료병상 확충 간담회에서 90분가량 만난 이영상 분당제생병원장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차관을 포함해 간담회에 참석한 박민수 정책기획관 등 복지부 직원 8명, 수도권 대학·종합병원장 22명도 2주간 자가 격리 조치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전원 증상이 없으며, 증상 발현 시 진단검사가 진행된다"고 했다. 복지부 수뇌부의 자가 격리로 방역 행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대본 1총괄조정관 역할은 노홍인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대행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장 22명까지 격리되면서 수도권 집단 감염에 대응할 수도권 의료체계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한편 세종청사에 있는 해양수산부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 이날까지 28명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관련 접촉자까지 늘면서 전체 직원 10명 중 4명꼴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중대본 서열4위 복지차관 격리

김 차관은 16일에도 세종시에서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 14명과 같은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했고, 16·17일 이틀간 세종청사 복지부 건물 1층 브리핑룸에서 오전 11시에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도 직접 진행했다. 이날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브리핑을 앞두고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에게 보고받았다. 김 차관은 17일 저녁 9시쯤부터 11시 20분까지 국회를 방문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본회의 등에 참석하기도 했다. 예결위 당시 김 차관 왼쪽에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오른쪽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앉아 있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맨 오른쪽)이 지난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도중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사진 왼쪽부터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행정안전부 안전소통담당관), 고득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모니터링지원반장(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 배석했다. 김 차관은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영상 분당제생병원장과 밀접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이날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김강립 차관에게 증상이 생겨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김 차관과 접촉한 복지부, 국회, 청와대 등 국가 수뇌부가 자가 격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원장이 11일부터 두통 증세를 보였다고 해 이때를 발병으로 간주하고 역학조사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해수부 직원 40% 자가 격리 중

정부 부처 가운데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해양수산부는 전체 직원 650명 가운데 254명(39%)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 부처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날에도 수산정책실 소속 50대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확진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해수부 집단 감염 경로를 찾지 못한 상태다. 자가 격리 중 인근 식당과 마트를 방문하거나 청사 사무실을 방문한 해수부 직원 8명에 대해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전날 서면 경고했고, 향후 징계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확진자 29명으로

이영상 원장 확진으로 분당제생병원 확진자는 29명으로 늘어났다. 이 병원 간호행정직원 1명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원장은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일 진단검사를 실시했지만, 음성판정을 받았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직후 이 원장이 병원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고 했다. 이 병원 즉각대응팀에 파견된 분당구보건소 직원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아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원장을 포함한 이 병원 확진자 4명은 당초 보건 당국이 파악한 첫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자가 격리를 하지 않다가 확진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