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의 중국 주재 특파원 대부분의 취재 활동을 금지하고 사실상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역 전쟁에 이어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를 놓고 대립해온 미국과 중국이 언론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3개 언론사 특파원 가운데 올해 기자증이 만료되는 사람은 10일 이내에 기자증을 반납하라"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외신 기자에게 통상 1년짜리 기자증을 발급해 주고 심사를 거쳐 갱신해준다. 기자증이 없으면 중국에서 취재할 수 없고, 비자를 갱신할 수 없어 중국을 떠나야 한다. 중국 당국은 "(기자증을 반납한) 이들은 홍콩, 마카오에서도 기자로 일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이 3개 신문사와 함께 미국의소리(VOA), 타임 등 총 5개 미국 언론사의 중국 지사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하고, 직원 현황, 재정 상황 등을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했다.

우한 파견 중국 의료진 고향으로 -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앙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으로 파견됐던 구이저우성 의료진이 17일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서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일 우한 코로나의 정점이 지나갔다고 공식 선언했다. 17일 중국 전체 확진자 수는 8만894명으로 전날 대비 13명 늘었다.

중국 정부는 이번 발표가 미국이 중국 관영 언론사에 내린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18일 신화통신, 차이나데일리, CGTN방송 등 중국 5개 관영 매체 미국 지사를 '외국 사절단'으로 지정해 운영 상황을 신고하게 했다. 그러자 중국은 다음 날 WSJ 베이징 지국 소속 기자 3명의 기자증을 취소했다. 신문이 '중국은 아시아의 진짜 병자(病者)'라는 제목의 외부 기고문을 싣고도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자 미국은 3월 2일 신화통신 등 5개 중국 관영 매체의 미국 내 파견 인원 규모를 160명에서 100명으로 축소하도록 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언론 가운데 NYT, WSJ 등을 제재한 이유에 대해 "미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에 대한 편견, 소위 언론 자유를 핑계로 가짜 뉴스를 만드는 일, 직업 도덕에 위반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파원을 축소하게 된 미국 신문사 3곳은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 문제점, 신장위구르족 인권 문제 등을 적극 보도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 시각) 중국의 조치에 대해 "불행한 일"이라며 중국 측의 재고를 요구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중국 관영 매체에 대해 내린 조치와 관련해선 "그들은 독립적 언론이 아니라 중국 선전 기관"이라고 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 지도자들은 기자를 쫓아내고, 거짓 정보를 퍼뜨리지 말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멈추려는 각국 대열에 동참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딘 바케이 NYT 편집국장은 성명을 통해 "신종 코로나 대유행으로 어느 때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한 때에 이뤄진 무책임한 조치"라고 했다. WSJ는 "마오쩌둥 시대 이후 최대의 외신 기자 축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