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더힐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비상사태 선포안에 서명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 참모는 더힐 인터뷰에서 "비상 상황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며 "미국이 이탈리아 처럼 되기까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이날 우한 코로나 사망자만 1000명이 넘어서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CNN도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3일 비상사태 선포안에 서명할 수 있음을 알렸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태퍼드법’을 근거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우한 코로나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태퍼드법을 적용하면 연방재난관리처(FEMA)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추가 예산과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일랜드 총리와의 회담 중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우리는 스태퍼드법에 따라 강력한 비상 권한을 갖고 있다"라며 "내가 뭔가를 할 필요가 있다면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냐'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그 얘기는 지금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더힐은 그러나 그동안 우한 코로나 사태가 저절로 진정될 수 있다는 식의 '낙관론'을 여러차례 표명하면서 질병의 심각성을 평가절하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16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수도 40명에 달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으로 12일 오후 8시 기준 미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는 1663명이다.

주별로 확진자는 워싱턴 주가 442명, 뉴욕주 328명, 캘리포니아 221명, 매사추세츠 108명, 플로리다가 35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확진자 중 70명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하선했거나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사람들이다.

사망자는 이날까지 워싱턴주에서 31명, 캘리포니아에서 4명, 플로리다 2명, 조지아 1명, 뉴저지 1명, 사우스다코타 1명 등 모두 4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