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親文) 네티즌들 제안으로 시작한 '마스크 안 사기 운동'에 정부·여당까지 뛰어들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시민들의 선의(善意)를 이용해 정부의 마스크 공급 실책을 덮는 관제(官製) 캠페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자, 지지자들이 정부를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운동에 여권 정치인·지자체장 등 공적(公的) 책임이 있는 인물들까지 참여하는 것이다.

'마스크 안 사기 운동' 관련 글을 처음 올린 사람은 최근까지 서울 서초동에서 이른바 '조국 수호 집회' 사회를 맡기도 했던 김남훈씨로 알려졌다. 김씨가 이달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댁내에 15~20여개 정도 보유분이 있다면 당분간 구매를 안 하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올린 글을 친문 네티즌들이 2400회 이상 퍼나르며 확산했다. 이후 맘카페(육아 정보 공유 카페)를 중심으로 마스크를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네티즌들이 늘었고, 하남·평택·광주 등 일부 지역 맘카페에서는 운영자가 '앞으로 4주간 마스크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선언문을 공지사항에 올리기도 했다. '마스크 안 사기 포스터'까지 제작됐다. 마스크 안 사기를 넘어 '마스크 안 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서울대의 한 학과 교수 회의에선, 평소 강성 친문으로 알려진 교수가 홀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여해 다른 교수들의 항의를 받고 마스크를 썼다고 회의에 참석한 한 교수가 전했다.

당정은 '면 마스크'를 들고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5일 의원들에게 파란색 면 마스크를 나눠주고 '면 마스크 쓰기 운동'을 독려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달 8일 대국민 담화에서 "공직사회가 먼저 면 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했고, 다음 날 공식 행사에도 각 부처 장관들이 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장덕천 부천시장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도 캠페인에 맞춰 면 마스크 쓰기를 선언했다. 1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은 채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우한 코로나 사태 현장 지휘부 핵심 인사들이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전문가 의견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달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완전히 보호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수술용 마스크나 보건용 마스크'를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