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장보현(52·사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에게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이라면서 지난달 초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한 것으로 12일 뒤늦게 확인됐다. 감사원이 현재 월성 1호기 폐쇄의 문제점을 감사하는 상황에서 그와 관련된 고위공무원을 포상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관가에선 "19년간 포상 한 번 받은 적이 없는 '원전 공무원'이 '탈원전 정책'으로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4일 2019년도 우수공무원으로 장 처장을 선정해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공무원으로서 '국리민복 (國利民福·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에 기여한 공로가 상당하다"는 것이 포상 이유였다.

행시 출신인 장 처장은 지난해 말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정지안 표결에서 '정지 찬성'에 손을 들었다. 정지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당시 표결은 총 7명이 했는데, 이 가운데 5명은 사실상 입장이 정해진 정부와 여·야권의 추천 인사들이었다. 원안위 소속인 장 처장이 엄재식 위원장과 함께 '정지 찬성'에 손을 들면서 5대2로 정지 결정이 이뤄졌다. 이에 원안위 안팎에선 "원전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할 관료가 '정권 코드'를 맞추려 '탈원전'으로 돌아섰다"는 말이 나왔다. 원안위는 그의 수상이 월성 원전과는 상관없다고 했다. 정 처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신속·정확하게 처리한 것들이 주요 요소로 작용해 상을 받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 수상 경력이 없는 사람을 찾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의 여파로 원전 산업·학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경영 어려움으로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6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원전 수출도 사실상 중단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