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배급 5부제'가 시행된 9일에도 약국마다 마스크를 사려는 행렬은 여전했고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도 숱하게 목격됐다.

지난달 대통령은 "마스크 생산은 충분하다"고 했지만, 실제 국내 생산량은 국민에게 1주일에 2장씩 나눠줄 수준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5000만명에게 1주일에 2장씩 나눠주려면 1억장이 필요하다. 국내 마스크 주간 생산량은주말 없이 공장을 돌려도 7000만장. 매주 3000만장이 부족하다.

마스크 사러 삼만리 언제까지… -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서있다. 이 약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이보다 1시간 30분 앞선 오전 9시 30분쯤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오전 10시 50분쯤에는 이웃 건물 앞쪽으로까지 줄이 늘어섰다.

정부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관측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온다. 노인과 어린이 등을 제외한 '경제활동인구'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5부제 도입 과정을 돌이켜보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3일 "국내 경제활동인구인 2800만명이 하루에 한 장씩 마스크를 쓴다고 생각하면 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이틀 뒤(5일) 5부제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식약처 관계자도 "국내 마스크 생산 물량과 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해 주(週) 2장으로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일일 마스크 생산량 1000만장 가운데 80%인 하루 800만장을 '공적 마스크'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1주일이면 5600만장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공급 물량 5600만장을 김 정책실장이 언급한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으로 나눠 매주 1인당 2장씩 나눠주겠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이와 노인에게 마스크가 더욱 필요했다. 9일 아침 9시 25분쯤 주부 이모(41)씨는 유모차에 아들(1)을 태워 경기도 성남시 한 약국에 마스크를 구입하러 나왔다. 2016년생인 큰아들(4) 몫의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였다. 30분을 기다린 끝에 대형 마스크 2장 을 집어든 이씨는 "오늘부터 긴급보육으로 큰애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는데 마스크 필참이라고 해 대형이라도 끼워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약속했던 800만장조차 예정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이날 시중에 공급된 전체 마스크 물량은 701만장이었다. 약국, 우체국, 농협 등에 풀린 공적 마스크는 592만6000장, 대구·경북 지역이나 의료기관엔 109만3000장으로 예정보다 약 100만장이 덜 풀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비상 상황을 고려해 공공 물량을 따로 보관해두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마스크 물량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전국의 약국에는 일괄적으로 250장씩 공급됐다. 인구 밀도가 고려되지 않다 보니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마스크에 여유분이 있었다. 이날 전남 장성 남면우체국은 오전 11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번호표를 제공했는데 오전 11시까지 지급된 번호표는 84장에 그쳤다.

시민들은 5부제가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키기만 했을 뿐 나아진 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차라리 구청이나 동주민센터에서 요일 상관없이 배부하는 방식을 고려해달라는 요구가 잇달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동주민센터에 계산이 가능한 기계(포스단말기)를 구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각 동에 하나씩인 주민센터로 판매처를 일원화해버리면 한곳에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려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며 "당분간 약국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