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스크 5부제' 시행(9일)을 하루 앞두고 '10세 이하 자녀'와 '80세 이상 노인'에 대해 마스크 대리 구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마스크 대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정부는 8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마스크 수급 안정 TF 회의를 연 뒤 '2010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458만명)와 '194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191만명), 장기요양급여 수급자(31만명) 등은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이 마스크를 대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정부는 1인당 주 2매 마스크 구매 제한, 마스크 5부제 시행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스크 수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장애인에 한해서만 대리 구매를 허용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7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리 수령의 범위를 넓히라"고 지시하면서 사흘 만에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보완해 내놓은 대리 구매 방식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란 비판은 여전했다. 이번 주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면 5일에 1번씩 구매자의 출생연도 끝자리에 해당하는 요일에만 가능하다. 이는 대리 구매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17년생 자녀를 둔 1984년생 부모는 목요일엔 자신의 마스크만 구매할 수 있고, 자녀의 마스크는 화요일에 따로 나가서 사야 한다. 이때 동거 사실을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도 지참해야 한다.
주부 길모(42·경기 부천시)씨는 "대리 구매 제한을 푼다더니 결국 두 번 약국 가게 하는 건 또 무슨 심보냐"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9) 딸을 둔 김모(43·서울 도봉구)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마스크 한 장 더 사려고 줄 설 바에는 그냥 집에 있겠다"고 했다.
노인 대리 구매 기준을 '80세 이상'으로 자른 것도 납득 못 하는 사람이 많았다. 충남 온양시에 사는 이평희(46)씨는 "작년에 혼자되신 일흔다섯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움직이지도 못하신다"며 "대리 구매가 안 된다니 내가 아버지를 업고 마스크 사러 가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월차를 쓰게 생겼다"고 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콩 한 쪽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그는 "마스크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이날 "감염 위험성이 낮은 곳에서는 면마스크 사용도 권장하고 있다"며 면마스크를 착용했다. 이에 직장인 최모(51)씨는 "정부가 얼마 전까지 면마스크가 효과가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