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암 잘하는 종합병원'... 메르스사태 때 국민안심병원
코로나 국민안심병원 지정된지 일주일여만에 병원내 감염
첫 전파자 77세 암환자 추정… 확진자들과 본관 동선 겹쳐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 9명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6일 외래진료 및 응급실 운영이 중단됐다. 하루 5000여 명(응급실 80여명)이 찾는 대형 병원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의료진(응급실 의사)이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응급실이 폐쇄된 울산대병원에 이어 분당제생병원 역시 국민안심병원 지정 후 확진자가 나오자 입원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확진자는 이날 오전까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명, 환자 3명 등 모두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추가로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 사는 82세 환자의 배우자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아 총 9명으로 늘었다. 병원을 비롯한 집단시설에서 대규모로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은 경기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당제생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우한 코로나 환자로 의심되는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접수·진료·검사·수납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이곳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방역망에 구멍이 뚫리게 됐다.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 8명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6일 외래진료 및 응급실 운영이 중단됐다.

분당제생병원 관계자는 6일 "야탑동에 사는 76세 남성이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 남성의 가족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77세 여성(암환자)의 동선과 겹치는 환자와 간호사·간호조무사가 주로 감염된 것으로 미뤄 77세 여성이 병원 내 전파자로 추정된다"며 "이 여성에 대한 역학조사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규모는 지하 4층에서 지상 8층까지 총 12층으로 이뤄졌다. 병동은 지상 5층부터 8층에 위치하며 1층부터 4층은 외래진료부, 중앙진료부 등이 있다. 중환자실과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병동 및 혼합병동으로 나눠 관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4대 암 진료를 잘하는 1급 병원’에 선정되는 등 여러 기저질환자가 한꺼번에 몰려 방문하고 있는 곳이다.

분당제생병원은 메르스 사태 때인 지난 2015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분당제생병원은 메르스 발생 초기인 5월 30일 메르스 의심 환자 내원 당시 확진시까지 응급실을 폐쇄하고 통제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응급의료센터의 신속한 대처에 따라 의심환자의 검사 결과 음성으로 밝혀진 뒤 ‘메르스 대처를 잘한 병원’으로 소개됐다. 같은 해 6월 12일부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분당제생병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도 보건복지부로부터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B’로 지정됐다.

국민안심병원 지정은 △환자분류 △호흡기 환자 외래 진료구역 분리 △대상자 조회 △감염관리 강화 △면회 제한 △의료진 방호 △선별진료소 운영 △입원실, 중환자실 운영 등 충족 여부를 확인한다. 보건복지부는 모든 항목을 충족한 병원에 한해 국민안심병원B로 지정한다.

분당제생병원은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 사회 감염 확산방지와 예방을 위해 코로나 대응팀을 조직해 24시간 비상 진료체계를 갖추고 모든 출입구 통제, 면회 전면금지를 실시하고 있다"며 "응급의료센터 옆 음압격리병실에서는 코로나 19 의심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를 완전히 격리 관리함으로써 감염으로부터 원천 차단해 안전하게 진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자만 분리 진료를 하고, 나머지 기저질환자에 대해선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제생병원은 지난 1992년 의료법인 대진의료재단이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 1998년 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진료를 시작한 종합병원이다. 설립 당시만해도 500여개 병상과 함께 처방전달시스템, 전자의무기록, 의료영상정보시스템, 전자결제시스템 등을 활용해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개원 초기 외래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22개과로 전문의 80명이 진료를 시작했고, 신생병원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서울대병원과 상호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대 들어서 정형외과센터, 류마티스 관절센터, 소화기센터, 심장혈관센터, 부인과 복강경센터 등을 줄이어 열었으며 현재 26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내과(심장, 혈관내과, 소화기내과,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혈액·종양내과, 류마티스내과, 간질환내과, 감염내과, 임상영양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치과(치과보존과, 치과보철과, 구강악안면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이 있다.

분당제생병원은 2010년대에 들어 폐암, 대장암, 유방암, 위암 등 4대 암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 결과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은 26개 진료과목에 576병상을 갖췄으며 전문의 140여명을 포함해 14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응급의료센터는 분당서울대병원 및 분당차병원 함께 경기도 동남권역을 아우르는 3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꼽힌다. 분당제생병원 응급실 운영 중단으로 지역내 응급환자 치료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