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확진자 90명 中 89명이 천안·아산… '지역사회 감염'
줌바댄스·피트니스 강좌서 '무더기' 확진자 나와
가족·접촉자 등 4차 감염…병원 코호트 격리까지

증상 발현 후 열흘 동안 아르바이트한 환자도 발생

충남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가 6일 오전 기준 90명으로 늘었다. 신천지 신도인 여자친구와 만나 감염된 계룡시 군인 1명을 제외하곤 89명이 전부 천안과 아산에서 나온 점이 특징이다.

방역 당국은 주요 전파지로 확진자들이 건강을 위해 다녔던 줌바댄스와 피트니스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 지역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대부분 30~50대 여성들로, 이들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에 대한 3, 4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천안·아산을 집단감염 사례로 분류하고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가 증상 발현 후 아르바이트 등을 한 것으로 조사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줌바댄스·피트니스 강사와 수강생들 무더기 확진
방역 당국은 천안·아산 지역 연쇄 감염이 시작된 시점을 지난달 25일로 보고 있다. 이날 천안에서 첫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천안 1번(여·47) 환자와 2번(여·50) 환자, 3번(여·47) 환자 모두 천안에서 줌바댄스,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1번 환자는 줌바댄스 수강생이었고, 2번 환자는 줌바댄스 강사에게 필라테스를 가르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3번 환자는 피트니스 수강생이었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드러났다. 천안과 아산에서 나온 우한 코로나 확진자 5명 중에 전날 확진자들에게 줌바댄스 등을 가르친 강사진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줌바댄스 강사는 천안 5번(여·46) 환자, 피트니스 강사는 아산 1번(여·42) 환자다. 두 환자는 동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이민경

천안 5번 환자는 강습소 8곳을 다니며 줌바댄스를 가르쳤다고 한다. 접촉자만 130명에 달했다. 이후 줄줄이 수강생들이 확진됐다. 2월 27일 11명 → 2월 28일 26명→ 2월 29일 17명 → 3월 1일 14명까지 두자릿수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후에도 천안·아산 지역에서 매일 1~3명씩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줌바댄스 강좌와 피트니스 강좌가 이른바 ‘수퍼 전파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최초 감염원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줌바댄스 강사인 천안 5번 환자와 피트니스 강사인 아산 1번 환자가 어느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줌바댄스는 라틴 음악에 맞춰 동작을 하는 에어로빅 피트니스의 일종이다. 방역당국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라테스와 피트니스 역시 운동 기구를 함께 사용해 가까이 접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영향을 줬던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3차 감염에 병원 '코호트 격리'…두 살배기 4차 감염도
수강생의 집과 친구들, 직장동료들로 감염이 이어졌다. 줌바댄스 수강생으로 2차 감염자인 천안 19번(여·50) 환자의 남편인 천안 42번(남·37) 환자와 자녀 51번(남·13)·64번(남·8) 환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천안 42번 환자가 병원장으로 있는 천안21세기병원 의료진·직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간호조무사로 알려진 천안 15번(남·30)과 직원인 70번(남·19) 환자다. 결국 이 병원은 지난 1일 입원 환자와 의료진 전체를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이튿날 직원 50여명과 환자 20여 명이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온 뒤에야 격리 조치는 풀렸다.

천안 19번 환자와 접촉한 3차 감염자 천안 68번 환자(여·33)의 경우 2세 자녀(천안 71번)까지 우한 코로나에 감염됐다. 줌바댄스 수강생인 천안 29번 환자(여·38) 역시 2세 자녀(천안 57번)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남 아산시가 지난달 25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환자의 직장인 아산 배방읍 한 건물에 대한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3차 감염자 증상 발현 후 아르바이트… 불특정 다수 만나 지역사회 공포 확산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감소 추세지만, 천안·아산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천안 75번 환자(여·23)의 역학조사 결과가 일부 공개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천안 75번 환자는 아산 1번 환자로부터 지난달 19일 50분 가량 수업을 받은 뒤, 23일 처음으로 발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열흘간 지역사회를 활보하다 지난 3일에서야 우한 코로나 검진을 받았고, 이튿날인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안 75번 환자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롯데리아 백석점에서 나흘간 아르바이르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8시간 가량이었다. 지난달 27일엔 사람이 밀집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 일대를 돌아다녔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천안·아산 감염자 대부분이 강사 확진 이후에 자가 격리에 들어가 3차, 4차 감염이 가족 또는 직장동료 등으로 한정됐다"며 "반면 천안 75번 환자는 다수가 모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을 오가는 등 다수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구만섭 천안시 부시장은 지난 5일 입장문에 "앞으로 1~2주가 우리 시의 감염 확산을 막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 한 분 한 분,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씻기, 마스크착용 등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를 실천해 주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