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경산시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결정했습니다."

5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최근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급증한 경북 경산시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지정은 대구, 경북 청도군에 경산이 세 번째다. 감염병 특별관리지역 설정은 우한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법적 근거가 없이 내려진 일시적 행정 조치다. 재난안전법 내 '특별재난지역' 관련 조항을 준용해 감염병 피해가 큰 지역에 응급대책 및 구호 작업을 정부가 특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대병원 의료진, 대구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원격 진료 -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중앙모니터링본부에서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대구 제3생활치료센터에 있는 우한 코로나 환자에게 화상 통화로 원격진료를 하고 있다. 정부는 우한 코로나가 확산함에 따라 병원 내 감염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의료기관의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날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서는 45명의 추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고, 경산, 칠곡 등 경북 곳곳의 요양원에서 연이어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대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최대한 저지하려 했던 방역 당국의 전략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천지 넘어 지역사회까지 감염된 경산

이날 오후 경북 경산시 남산면에 있는 서린요양원 입구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요양자 74명과 직원 48명 등 122명이 생활하는 이 요양원에선 최근 확진자 13명이 나왔다. 주민 이모(62)씨는 "입소자들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며 "대구와 청도처럼 경산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환자들이 쏟아져 무척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중대본 측은 경산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며 "최근 경북 지역 전체 신규 확진자의 73%가 경산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0시 현재 경산 내 확진자는 총 347명이다. 하루 전보다 56명 늘어나 이미 청도를 추월했다. 지난달 26일 45명에서 이날까지 일곱 배 넘게 늘었다.

지난달 19일 신천지 신도인 29세 여성과 19세 여성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인 21일부터는 신천지 신도뿐 아니라 감염원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확진자도 하나둘 발생했다. 23일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미만으로 늘었지만, 24~25일에는 11명씩 늘었고, 26일에는 하루 새 34명이 나왔다. 이달 1일부터는 하루 50~60명씩 확진자가 급증했다. 지난 3일 확진자 중에는 경산시청 도시과 공무원과 자원순환과 폐기물매립장 운전직도 포함됐다.

경산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배경엔 경산의 지리적 특성과 신천지 교인 밀집이 꼽힌다. 경산은 대구와 같은 생활권에다 영남대 등 여러 대학이 있어 신천지의 집중 선교 대상이었다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확진자 연령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퍼져 있다. 마상혁 소아감염병과 전문의는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해 이미 지역 사회 곳곳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산 내 확진자 347명 중 신천지 관련은 232명(67%)이나 신천지와 무관한 사람도 115명(33%)에 이른다. 경산시는 오는 16일까지 경산 시내에서 모든 기관, 사회, 종교단체의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북 내 요양원 연이어 집단 감염… 예방적 코호트 격리

대구, 청도군에서 시작된 우한 코로나는 경산을 넘어 북상하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입소자 및 직원 116명 중 입소자 24명, 직원 10명 등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저녁에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하루에만 총 47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확진된 2명을 포함해 총 확진자는 49명이다. 요양원 입소자 대부분 당뇨나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명 피해도 우려된다.

대구·경북 외 타 지역에서 신천지 외 집단 감염이 주로 교회나 강습소에서 발생한 것과 달리 경북 지역 집단 감염은 요양원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경북 칠곡군 밀알사랑의집에서는 지난달 24일 이후 총 24명이 집단 감염됐다. 경산 서린요양원(13명), 엘린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3명)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경북 지역에 바이러스가 넓게 퍼지면서 우한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층이 모인 시설에서 증상이 먼저 발현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요양원 내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이날 경북도청은 도내 생활복지시설 581곳 전체에 대해 입소자는 2주간, 종사자들은 7일간 시설 밖 출입을 모두 금지했다.

〈대구 특별취재팀〉

팀장=조중식 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원수·최재훈·오종찬·권광순·표태준·류재민·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