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때 메르스 사태(2015년)를 경험하면서 환자들 곁을 지켰습니다. 이번에 임용돼 대구 등으로 파견되는 공중보건의 대부분이 저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에서도 두려움 없이 국민을 지킬 것입니다."

오는 5일부터 공중보건의로 임용돼 대구 등에서 진료에 나서게 될 하우석(31·세브란스 신경과 전문의)씨는 3일 "감염병이어서 주변에서도 불안하지 않으냐고 말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최일선 의료 현장을 지키는 것은 의사로서 큰 자부심"이라고 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허덕이는 대구 등에 공중보건의(일반·전문의) 750명이 대거 투입된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3일 "의료진이 부족한 현 상태에서 신규 공중보건의 전부를 임명 즉시 대구 등에 파견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했다"며 "공보의들이 현장에 합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움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대구에 파견된 기존 공보의 250명과 합치면 공보의만 1000명가량 투입돼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3년(36개월)간 섬이나 농어촌 보건소 등에 배치되는 의사를 말한다. 공보의는 원래 4주간 논산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뒤 근무지가 결정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미증유 사태를 맞아 군사훈련을 뒤로 미루고 현장에 긴급 배치된다. 이같이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현장근무부터 하게 된 것은 1981년 공보의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특히 공보의 제도는 의료 인력이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섬이나 산간오지 등 농어촌 지역의 의료 혜택 부족을 메우기 위해 생긴 제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곳이 주로 대도시여서 서울과 대구 같은 광역시 등 주로 대도시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 긴급 배치한 뒤 추후에 근무지를 새로 배정하게 된다.

새로 임명된 공보의들은 5일 소집돼 근무지 배치가 완료되면 대구 등에서 환자 치료는 물론 선별 진료소에서 근무하거나 역학조사에도 참여하게 된다. 공보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모두 해당하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진료를 위해선 의사만 투입된다.

올해 새로 임용되는 공보의는 750명으로, 2018년 512명, 작년 66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중수본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해 3000명가량이 배출됐는데,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기면서 여성 의사가 늘어나고 군필자도 많아져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며 "그러나 최근 의전원에서 의과대학으로 전환한 곳이 늘어난 데다, 내과 전문의 과정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덕분에 공보의 숫자가 늘면서 많은 인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올해 새로 임용되는 군의관 680명 중에서도 일부는 대구 등 코로나 바이러스 진료에 투입된다. 자신의 희망에 따라 군부대로 배치될지, 코로나 바이러스 진료에 투입될지 결정된다. 국방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진료에 지원한 군의관 임용자들은 4주간 군사교육을 2주로 단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