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일 친여(親與) 단체들이 제안한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 창당 방안에 대해 본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 '위법적인 꼼수 정당'이라며 고발까지 했던 민주당이 친문(親文) 세력을 앞세워 사실상 '비례민주당' 창당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제 와 비례 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 배신행위"라고 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친여 단체들은 지난 28일 '비례 연합 정당인 정치개혁연합 창당에 대한 민주당의 의견을 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당에 보냈다. 민주당은 이를 접수해 이해찬 대표에게 공식 보고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등 범여·진보 진영이 연합 정당을 창당하고, 여기에 각 당의 비례 후보들을 '파견'해 당별로 의석을 배분하자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이번 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비례 연합 정당' 창당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 한 의원은 "현행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 비례는 많아야 7석"이라며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소수 정당 몫으로 돌린다면 연합정당 추진의 명분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총선에선 연합하지만 이후에는 각 정당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미래한국당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합 정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실무적으론 민주당이 이달 중순까지 비례 후보를 선출한 뒤 이들을 연합정당에 파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친여 단체들과 물밑 접촉해 위성정당 창당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월 중하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비례 연합 정당 창당을 타진하는 접촉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민주당 창당은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은 '의병론' '민병대론'을 내세워 은근히 비례당 띄우기에 나섰다. 주권자전국회의에서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했던 민주당 황희두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주권자전국회의에서 연합 정당과 관련해 역할을 해 달라는 연락이 온 건 맞는다"며 "하지만 지금은 당 활동을 하고 있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비례 정당과 관련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진보 진영이 모여 지분 다툼을 벌이는 순간 폭망"이라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을 추진 중인 '열린민주당' 측도 "진중권 전 교수가 지지를 선언한 녹색당, 반문(反文) 연대를 벌이는 민생당과 같이 간다는 건데 민주당 정체성에 맞는 소리냐"고 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지금 와서 '안 해야 할 선거법 개정을 했다'고 하는 건 비웃음과 분노를 살 일"이라며 "명분 없는 비례민주당 창당을 작은 정당과 함께한다며 정당화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내 1당을 뺏기면 대통령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당의 초조함과 불안감의 반영일 뿐"이라며 "정말 탄핵 위기가 온다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진다 해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심 대표는 "이해찬 대표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즉답은 피하면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비례정당에 대한 논의를 최고위에서는 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은 지난 선거법 개정이 그저 공수처를 위해 군소 정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이자 미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