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27일 우한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무기한 연기'했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 공동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코로나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기존 계획했던 한미연합사령부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연기'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상반기 연합훈련이 취소된 것으로 해석됐다.
한·미는 애초 다음 달 9일부터 2주간 실내 '워게임' 형태의 전반기 연합지휘소연습(CPX)을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최근까지도 훈련 축소 방안이 유력했지만 우한 코로나가 급속 확산돼 우리 군은 물론 주한 미군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자 훈련 취소가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과 연합사는 "한·미 장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박한기 합참의장이 먼저 훈련 연기를 제안했다"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은 현 상황의 엄중함에 공감하고 연기하기로 합의해 결정했다"고 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이유로 대규모 연합 실기동 훈련이 모두 폐지된 상황에서 이번 연합훈련까지 취소되자 군 안팎에서는 안보 공백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미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3대 연합훈련을 폐지했는데, 여기에 감염병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실내 훈련마저 취소된 것이다. 현 정권이 추진 중인 임기 내(202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훈련 취소 공식 발표 직전 미국 워싱턴 국방대학교 강연에서 "하나의 훈련이나 연습이 취소된다고 군사대비태세가 약화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연합방위태세가 이미 확고하고 발전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연합훈련이 취소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 할 만한 얘기는 아니었다"는 말이 나왔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군 내부에서 5명의 우한 코로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총 확진자는 2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추가 5명 중 2명은 부대 내 감염으로 인한 확진자다. 격리자는 9990여명으로 사실상 1만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