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여론조사 표본은 입맛대로?

입력 2020.02.27 03:16 | 수정 2020.03.27 08:09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KBS·한국리서치의 '제3차 총선기획 조사'에서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6%였다. 대구에서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조사 결과다. 우한 코로나 공포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 대구·경북에서도 정부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가 절반(48%)에 달했다.

하지만 KBS는 이 조사와 관련한 뉴스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51%),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더불어민주당 32%, 미래통합당 24%) 등 일부만 보도하고, '정부의 우한 코로나 대응 평가'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 비춰봤을 때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국민이 3명 중 2명이란 조사 결과가 어색했을지 모른다.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15명 안팎이던 1월 31일~2월 4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정부가 메르스 때보다 잘하고 있다'가 44%였지만 최근 들어 긍정 평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KBS가 지난 연말 실시한 '제1차 총선기획 조사'에선 '2016년 총선 지역구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를 했는가'란 질문에 민주당이란 응답이 절반(49%)을 차지했다. 당시 투표율과 민주당 득표율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표본에 민주당 지지자가 21%만 포함돼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총선 기획조사'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21일 뉴시스·리얼미터가 발표한 4·15 총선 최대 '빅매치' 서울 종로 여론조사도 "표본이 여권(與圈) 지지층을 과잉 대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낙연 전 총리(50%)의 지지율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39%)를 크게 앞선다는 조사였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는 지난 대선 때 투표한 후보를 묻는 항목에 응답자 66%가 문재인 후보라고 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종로구의 투표율(77%)과 문 후보 득표율(42%)을 감안하면 여론조사 표본에 문 후보 지지자가 32%만 포함돼야 하지만, 이 조사에선 두 배 이상 많았다.

작년 4·3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리얼미터는 선거 일주일 전에 여권의 정의당 후보가 크게 앞선다며 최종 득표율과 동떨어진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선거 직전에 발표됐는지 전혀 해명하지 않고 총선을 앞둔 요즘에도 여론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선출된 독재자는 지지율이 높을수록 위험해진다고 했다. 비판자 목소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한 코로나 대응 평가나 여권 지지율 숫자에 현혹된다면 앞으로도 올바르고 효과적인 대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론조사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지난 2월27일자 ‘여론조사 표본은 입맛대로?’ 제하의 기사에서,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2019년 12월에 시행한 1차 총선 기획조사에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당시 투표율과 민주당 득표율을 고려한 비율보다 높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리서치는, 1차 총선 기획조사는 여론조사의 대표성을 판정하는 요건인 응답자 구성, 가중값, 응답률과 접촉률 및 승자 편향 응답 현상을 고려하여 표본구성의 대표성을 엄정하게 보증하기 위한 노력을 한 조사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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