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에어로졸 전파' 공식 인정, 국내 질본은 아직 부정
대변 매개 전파 우려 커져… 우한, 3주간 하수도 소독약 2천톤 투입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량 감염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중국 당국이 처음으로 '에어로졸(aerosol⋅공기 중에 떠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로 인한 전파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이 공기 중 전염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 운반입자가 작을수록 더 오래 공기 중에 부유하는 특성 때문에 감염 경로를 추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에어로졸 전파의 경로로 대변을 의심해 발원지인 우한의 경우 최근 3주간 하수도에 2000톤의 소독약을 투입했다. 에어로졸 전파를 우리 보건당국은 인정하지 않지만 이를 감안한 방역대책이 시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로나19의 주요 전파 경로로 '비말(침방울)과 밀접 접촉'을 내세웠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9일 발표한 코로나19 치료방안 제6판에서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이달초 상하이 보건당국이 제시한 가능성을 중앙 당국이 인정한 것이다.
동시에 20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우한 폐병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and Infections)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서는 대변에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른 뒤에 공기를 통해 사람들이 다시 흡수해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 때에도 발생했던 일이다. 당시 홍콩의 아모이든 아파트에서 한 달간 321명이 감염돼 42명이 사망한 바 있다. 사스 환자의 화장실 배수관에 말라붙어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퍼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앞서 18일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홍콩 아파트 대피 사건과 2003년 아모이가든 집단감염 사태와 함께 자신의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의 대변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한 것을 제시하며 "하수도가 새로운 전염원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하수도에 머물러 있던 분변 안의 바이러스가 바람을 통해 공기 중으로 빠져나올때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함유된 공기(에어로졸)를 흡입하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이번에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접촉자의 범위도 넓어질 수 있게 됐고 건물 내부나 닫힌 공간에 머무는 데 대한 불안감이 한층 커지게 됐다.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에어로졸은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방울이 기체에 떠다니는 것을 의미하며 대체로 크기는 0.001µm(마이크로미터)에서 100µm다. 장시간 동안 먼 거리를 부유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에어로졸은 공기운반입자(airborne)로 분류하고 그에 비해 크기가 큰 에어로졸은 비말(droplet)로 분류한다.
즉, 에어로졸에 의한 전파는 직접접촉에 의한 비말전파와 공기전파의 두가지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현재 국내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에 따른 비말전파 가능성만 인정하고 있으며, 공기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
공기전파는 홍콩에서의 사례와 같이 비말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남기는 5µm의 비말핵이 퍼지면서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비말핵은 가벼우며 공기 중에 장시간 부유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위험할 수 있다. 비말은 표면에 정착한 후에도 진동 또는 기류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다시 공기 중으로 들어가는 2차 에어로졸화 또는 재부유(resuspension)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실내 공간에서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를 할 때 순식간에 전염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비말은 평균적으로 기침을 할 때는 11.7m/s, 말을 할 때는 3.9 m/s의 빠른 속도로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말의 평균 크기는 기침을 할 때 13.5µm, 말을 할 때 16µm이며, 관찰된 비말 중 5µm 미만의 작은 비말도 존재한다. 특히 비말의 크기가 작을수록 더 빠르게 증발해 장시간 부유하며 널리 퍼진다.
의료계에서는 과거 메르스 사태때의 사례를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을 공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경우 현재까지는 공기 전파 가능성은 없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국내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 사태때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은 에어로졸과 미세 비말로 인한 공기매개 전파가능성을 배제하고 비말에 의한 직접 접촉 감염 경우만을 고려한 것인데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초동대응 단계에서 최초 환자의 격리가 실패를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메르스 사태의 재연을 막으려면 국내 당국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감염자가 다수 나오는 지역의 하수도 소독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