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선별진료소 내원객 이유 분석
"열·기침 등 의심 증상땐 응급실 찾지 말고 1339로 연락"
의료기관 잇단 폐쇄로 대응 어려움…대중교통 이용도 자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면서 선별 진료소를 찾는 환자의 40%가 특이한 증상이 없는데도 단순히 불안한 마음 때문에 방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환자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응급실, 보건소, 약국을 방문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탓에 관련 기관이 잇따라 폐쇄조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수칙을 잘 지키지 않을 경우 방역망은 물론 기존 의료망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8일 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은 154명의 내원 이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중 38.9%인 60명이 단순한 불안감 때문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1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병원 측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소식이 퍼지면서 불안해하는 방문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대병원은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중증 응급환자가 정작 필요한 치료를 못 받는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차 의료기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환자와 방문객 중 의심 증상이 있으면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 추가 감염을 예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걱정 때문에 방문하는 것이라면 선별진료소를 직접 찾아오는 게 아니라 주거지 인근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받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발열이 없는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인다면 교차 감염 가능성도 커질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집에서 쉬면서 경과를 지켜보는게 좋다고 권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선별진료소나 응급실을 직접 방문할 경우 오히려 적절한 진료가 어렵고, 기존의 응급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스템이 대응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발열이 동반되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폐렴 증상이 있는 경우 바로 병원이나 응급실로 찾아가지 말고 콜센터(1339)와 보건소에 먼저 신고하고 당국의 안내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열과 기침 등의 의심환자들은 응급실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안내하지만, 병원과 응급실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의심환자들이 스스로 신중하게 행동해 달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지역 의료기관 등에 따르면 발열,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의 응급실이 폐쇄조치됐다.

김강립 부본부장은 "방역 당국이 감염 확산을 통제해 나가고 있는 중으로, 지나친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방역당국의 지시에 잘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