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확진자, 104명으로 中 제외 최다…중국인 입국 제한국가는 '양호'
-내국인 감염 통해 지역사회 확산…방역 적기 놓친듯
-확진자 수 더 늘면 한국인도 입국 제한 대상 포함될 수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만에 53명이 증가하며 총 100명을 넘어섰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첫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대구를 포함한 각 지역사회로 우한 폐렴이 빠르게 번지면서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을 망설였던 정부의 결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9일 대구 경북대병원에 긴급 이송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환자를 의료진이 이송하고 있다.

현재 각 나라별 우한 폐렴 확진자 수 통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나왔다. 한국, 일본 모두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늦게 시행했거나,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제한을 결정했다.

반면 미국과 호주, 베트남 등 일찍부터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을 강하게 시행한 국가들은 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10명대에 머물고 있다.

◇ 입국 제한 망설인 韓·日 확진자 급증…문 닫은 美·베트남은 10명대

20일 각국의 우한 폐렴 확진자 통계를 보면 중국에서는 총 7만4578명이 감염돼 2118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이날 하루만 53명이 급증하며 104명으로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다. 일본이 87명으로 뒤를 이었다.

20일 오후 5시 30분까지 집계된 각 나라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사망자, 완치 현황(일본 크루즈선 제외)

한국과 일본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국인 입국에 강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국은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중국인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쳤지만, 정부는 이달 4일이 돼서야 후베이성 발급 여권을 가진 중국인과 과거 14일간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에 이어 18일에도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개강을 맞아 중국인 유학생 7만명이 입국하는 상황을 맞이해서도 정부는 휴학 권고 등의 조치 외에 강제적인 입국 제한은 결정하지 않았다.

일본 역시 13일이 돼서야 후베이성과 저장성에 체류했던 외국인과 중국인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을 뿐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제한은 두지 않았다.

자유대한호국단 소속 회원들이 3일 경복궁 광화문 앞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훨씬 적었다.

중국 전역과 홍콩, 마카오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필리핀은 20일 현재 확진자 3명을 기록 중이다. 5일부터 중국 여권을 가진 사람들의 입국과 경유를 금지한 인도네시아는 확진자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 역시 중국인과 중국 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해 현재 확진자 수가 한국, 일본보다 훨씬 적은 16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조사·통계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져 확진자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중국인 입국 제한을 둔 선진국 역시 한국과 일본에 비해 감염자 수가 훨씬 적었다.

지난 2일부터 과거 14일간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은 현재 확진자가 15명이다. 1일부터 중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을 막은 호주는 1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 ‘방역 골든타임’ 놓쳤나…교회에서 감염 급증한 싱가포르와 닮은 꼴

문제는 이미 바이러스 전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면서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려도 효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확진자 수가 10명을 넘어선 후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과 경유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내놨지만, 현재 감염자는 84명에 이르고 있다. 교회와 각종 행사 등에서 내국인들이 감염되고 각 지역과 사회로 2차 감염이 이어지면서 확진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싱가포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감염자가 급증한 대구의 경우 신천지교회 신도들에게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많이 전파됐으며 각 지역사회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한미군, 대구기지 잠정폐쇄…전국 퍼지면 우리 국민도 美·유럽 입국 못할 수도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부터 모든 중국인과 중국 전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대집 의사협회장(가운데)이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전역으로 위험지역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대구에서 우한 폐렴 환자가 속출하자 20일 모든 장병을 대상으로 대구 미군기지 출입과 대구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대구 미군기지를 잠정 폐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한 폐렴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해외 여러 나라들에게서 한국도 코로나 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중국과 같은 입국 제한 대상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중국 본토 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국민들에 대해서도 입국을 막는 국가들이 많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최근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미국, 유럽으로부터 입국을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는 20일 오후 2시 20분 현재 71만9021명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