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더니든(미국 플로리다주), 이상학 기자] “우리는 에이스를 가졌다. 류현진은 에이스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첫 시즌을 맞이한 류현진(33)이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2020시즌 스프링 트레이닝 공식 훈련 첫 날부터 ‘에이스’ 대우를 제대로 받았다. 감독부터 선수, 언론 관계자까지 모두 류현진에게 예외없이 ‘에이스’ 호칭을 붙였다. 류현진은 “아직 에이스가 아니다”며 쑥스러워했지만 누가 봐도 에이스였다.

가장 먼저 클럽하우스 라커 위치부터 에이스였다. 옆 라커가 비워진 채 혼자서 사실상 2개 라커를 썼다. 그 옆으로 베테랑 투수 태너 로어크, 팀 내 야수 최고 연봉을 받는 랜달 그리척의 라커가 위치했다. 로어크와 그리척 사이에도 라커가 하나 비워졌다. 핵심 베테랑 3명이 한 열로 넓은 라커가 배치됐다. 류현진은 “라커 옆이 비어있는 선수 많다”고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에이스 대우는 분명하다.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국 취재진만 40여명이 운집했다. 미국 취재진까지 합하면 50여명이 류현진의 동선을 뒤쫓았다. 류현진이 불펜 피칭할 때는 카메라 셔터 소리기 폭발했다. 뜨거운 관심에 대해 류현진은 “내가 적응해야 한다. 부담을 느끼면 안 된다. 내 페이스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이날 훈련 전 공식 인터뷰에서 류현진을 보기 위해 몰린 취재진을 보며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 이후 이렇게 많이 찾아온 건 처음 본다”며 웃은 뒤 “우리는 에이스를 가졌다. 류현진은 에이스다. 그가 등판할 때마다 우리 팀은 이기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고 기대를 표했다.

현지 취재 기자들도 류현진에게 에이스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한 기자의 “LA 다저스에는 클레이튼 커쇼 등이 에이스로 있었는데 토론토에선 에이스가 됐다”는 물음에 류현진은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아직 에이스로서 역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에이스 역할에 대해선 “많은 경기에서 팀에 이길 기회를 주는 것이다”고 답했다.

전 소속팀 다저스의 에이스는 언제나 커쇼였다. 지난해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지만 디비전시리즈 선발 순서는 커쇼에게 앞 자리를 내줬다. 최근 하향세인 커쇼이지만 레전드의 그늘에 가려 에이스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겨울 다저스를 떠나 4년 총액 8000만 달러로 토론토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으며 에이스로 떠올랐다. 시즌 준비 과정도 본인이 하던 루틴대로 한다. 류현진은 “(피트 워커) 투수코치와 많은 대화를 했다. 캠프 기간 일정을 계획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스케줄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천천히 투구수와 이닝을 늘릴 것이다. 미국 진출 후 계속 그렇게 해왔고, 신체적으로도 익숙하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검증된 투수 류현진을 두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에이스의 위엄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