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기관은 당신이 적극적으로 일에 협조하고 인민경찰의 권고를 따르고 위법 행위를 중지하길 바란다.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답: 할 수 있다(能)

우리는 당신이 침착하게 반성하길 바라며, 아울러 정중하게 알린다: 당신이 고집을 부려 회개하지 않고 계속 위법 활동을 한다면 법률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이해했는가?
답: 이해했다(明白)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시중심병원 안과 의사 리원량은 1월 3일 우한시 공안국 산하의 한 파출소로 불려갔다. 경찰은 그에게 훈계서를 내밀었다. 훈계서엔 그가 저질렀다는 위법 행위가 적혀 있었다. "2019년 12월 30일 위챗 단체방에서 화난 과일·해산물 시장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종류의 확진 7건이 나왔다며 사실이 아닌 의견을 발표했다."

중국인 의사 리원량의 죽음에 분노한 중국 젊은 층은 소셜미디어에 ‘不能, 不明白(부넝, 부밍바이)’이라 적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를 향해 ‘그렇게 못하겠다(부넝), 잘 모르겠다(부밍바이)’란 반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다.

경찰은 그에게 훈계서의 두 군데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위법 행위를 중단하라. 할 수 있나’란 첫 번째 질문에 리원량은 ‘할 수 있다’란 뜻의 중국어 ‘넝(能)’을 손으로 직접 썼다. ‘위법 활동을 계속하면 법률 제재를 받는다. 이해했나’란 두 번째 질문에 리원량은 ‘이해했다’란 뜻의 중국어 ‘밍바이(明白)’를 적었다. 리원량은 두 개의 답을 적고 이름을 쓴 후 각각에 지장을 찍었다.

리원량은 12월 30일 온라인 메신저인 위챗 단체방에 "7명이 사스류 확진을 받았다"고 썼다. 채팅방에 있는 그의 의대 동기 7명에게 조심하라고 했다. 다음 날인 31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27명이 원인불명의 폐렴에 걸렸다고 처음 발표했다. 하루 뒤인 1월 1일 우한 공안국은 인터넷에 사스가 발생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8명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원량은 이틀 후인 3일 공안에 소환돼 훈계서에 서명했다.

리원량은 나중에 한 언론 매체 인터뷰에서 "공안에서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 시키는대로 하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경찰서에서 나와 병원에서 폐렴 환자들을 진료하다 감염됐다. 당시 우한 보건 당국은 사람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은 없다고 주장했고 의료진은 마스크 같은 보호장비 없이 환자를 돌봤다. 그는 1월 12일 입원해 2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세계보건기구 공식 명칭)’는 중국 전역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퍼져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왼쪽은 신종 전염병 발병을 처음 경고한 중국인 의사 리원량, 오른쪽은 그가 경찰서에서 앞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한 훈계서.

리원량은 2월 7일 그가 의사로 일했던 병원에서 숨졌다.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정부가 쉬쉬하고 감추는 동안 사스처럼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던 젊은 의사가 부당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에 중국 젊은 층은 분노했다.

이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엔 "누가 ‘不能, 不明白(부넝, 부밍바이)’란 한자의 뜻을 알려달라"는 영어 질문이 올라왔다.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 갑자기 이 표현의 조회수가 급증했는데, 한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부넝(不能)’은 리원량이 훈계서에 쓴 첫 번째 답 ‘넝(能·그렇게 하겠다)’의 반대말, 즉 ‘그렇게 못하겠다’는 뜻이다. ‘부밍바이(不明白)’는 그의 두 번째 답 ‘밍바이(明白·이해했다)’의 반대말, 즉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서구 소셜미디어엔 ‘부넝, 부밍바이’라 적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진, 같은 문구를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이 계속 올라온다. 일종의 인증샷이다. 일부는 가운뎃손가락을 위로 올려 ‘엿 먹어라’라는 의사표시도 함께 한다. ‘우리는 시진핑 정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반항이다.

‘부넝, 부밍바이’란 표현은 중국 젊은 층이 공산당 정부의 검열과 정보 통제에 반대하는 상징적 구호가 됐다. 이들은 경찰이 리원량과 친구들의 개인 메신저 내용을 들여다봤다는 것부터 우한과 후베이성 당국,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정보 은폐와 입막음으로 나라 전체가 초토화된 것에 격분했다.

공산당 통치 아래 검열이야 뻔히 알고 있던 것이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반발 강도가 거세다. 시진핑 1인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중국 학계의 성토, 소셜미디어로 우한의 실상을 알려온 중국 변호사 천추스 실종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왼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베이징의 주민센터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 오른쪽은 시 주석이 원격 영상 연결로 후베이성 우한의 의료진을 격려하는 모습.

하지만 현재 웨이보와 더우인(틱톡·영상 공유 플랫폼)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이런 정부 비판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모두 삭제했기 때문이다. ‘언론 자유’ 요구 표현과 함께 검열에 반대하거나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은 모두 사라졌다. 검열에 막힌 중국인들은 인터넷 우회 연결 프로그램(VPN)을 이용해 외국 소셜미디어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렸고 외국에서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10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개된 장소에 등장했다. 실내에서 대책회의만 주재하다가 방역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한과는 1100㎞ 떨어진 수도 베이징에서였다. 관영 매체가 공개한 현장 시찰 사진에 인터넷 공간에선 비웃음이 번졌다. 사진 속 주민센터 방역 요원은 두손으로 공손히 체온계를 들고 시 주석의 오른쪽 팔목 체온을 쟀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도 "전염병 방어를 위한 인민전쟁에서 싸워 이기자"고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선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할 일부터 제대로 하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