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정치 신인’ 피트 부티지지가 승기를 잡은 가운데, 오는 11일(현지 시각) 뉴햄프셔에서 치러질 2차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원만 참여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일반인도 투표에 참여한다.

피트 부티지지 전 애리조나주 사우스벤드시장(왼쪽)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5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개표 86% 집계 결과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26.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5.4%의 표를 얻으며 바짝 추격하고 있고, 이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18.3%, 조 바이든 전 부통령 15.9%, 에이미 클로버차 상원의원 12.1% 순이다.

지난해 5월 출마 선언 후 전국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켜온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몰락하고 무명에 가까웠던 부티지지 전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에 대이변이 생긴 것이다. 2차 격전지인 뉴햄프셔에서 치러질 경선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부티지지가 여세를 몰아 뉴햄프셔에서도 승기를 쥘지, 인근 지역인 버몬트를 지역구로 둔 샌더스가 선두를 탈환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세론’을 주장해오다 4위로 추락한 바이든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지난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선, ‘신예’였던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지만 뉴햄프셔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선두를 내주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공화당도 두 지역에서 전혀 다른 경선 결과가 나타나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2016년에도 공화당의 아이오와 경선에서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뉴햄프셔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압승을 이뤘다.

AP통신은 뉴햄프셔에서도 부티지지와 샌더스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이 아이오와에서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보도에 따르면, 부티지지는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가 끝나고 만에 하나 1위 자리를 샌더스에게 내어주게 되더라도 이번 선전은 "놀라운 승리에 가깝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샌더스 역시 뉴햄프셔와 이웃한 버몬트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어 사실상 ‘홈그라운드 경기’와 마찬가지인 데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부티지지와 단 1.3%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어, 뉴햄프셔에서의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바이든 측은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이들 후보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선거캠프 측은 초기 경선에서 밀릴 가능성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이후 이어질 네바다 코커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미 CNBC는 뉴햄프셔에서 바이든이 선전에 성공한다면, 네바다(22일)와 사우스캐롤라이나(29일)에서 이어질 초반 경선에서 샌더스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주는 바이든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듯 바이든 측 역시 지지자들을 향해 "아이오와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