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일만에 입장 바꿔 무증상 감염 가능성 일부 인정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를 중심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환자 절반 정도는 잠복기 감염자로부터 전염됐다는 분석이 일본에서 나왔다. 이는 국내 질병관리본부가 발병 초기부터 주장해온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5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교수(이론역학)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2명 중 1명은 발열 등 증상이 없는 잠복기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염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오른쪽 두번째)이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시약 1개 제품 긴급사용 승인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니시우라 교수는 전날 도쿄 소재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베트남 등에서 발표된 감염자 52명의 정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는 국내 질병관리본부가 주장해온 방침과는 사뭇 다른 연구 결과다. 당초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무증상 감염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기존 입장을 4일 만에 뒤집고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소극적으로나마 인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감기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감염 방지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낸 셈이다.

한편 니시우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실제 치사율이 0.3∼0.6% 정도라고 평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치사율 2% 가량과 대비된다. 니시우라 교수가 평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2002∼2003년에 확산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치사율(9.6%)보다 훨씬 낮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그는 "건강한 성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치사율"이라며 "기초 질환이 있는 등 위험이 높은 사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과도한 봉쇄 대책이 아니라 일부 중증인 사람에 대한 의료 태세 정비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