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자 발생 후 2개월 만에 사망자 38명, 확진자 186명, 누적 격리 인원 1만6693명…. 발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확진자가 나왔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우리나라가 기록한 처참한 성적표였다. 이 참사를 재연하지 말자며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민간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6개월 이상의 작업을 거쳐 방대한 백서를 내놨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염병 사태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앞에 이 백서의 제안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본지가 4일 복지부가 2016년 펴낸 473쪽짜리 '2015 메르스 백서'와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가 펴낸 '메르스 백서'(260쪽)를 분석한 결과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2015년 메르스 사태의 호된 시련 이후 우리 국가감염병 관리 역량은 근본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메르스는 우한 폐렴의 원인과 동일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었다. 초기 메르스의 감염력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고 환자 동선(動線) 파악에 실패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당시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었던 최고의 숙주(宿主)는 낙타가 아니라 엉망인 우리의 보건 체계였다'고 했다. 두 백서는 메르스 사태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리더십 혼란' '역학조사관 등 방역 인력 부족' '불안감만 키운 대국민 소통 방식' 등 지금과 판박이인 문제 지적을 했다. 그러나 4일 현재 16번 확진자까지 나오면서 우한 폐렴 방역에도 적잖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초기 우한 폐렴 감염력을 실제보다 낮게 판단하면서 초동 대처가 늦었다. 방역 당국과 의료계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지만 이번에도 컨트롤타워는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