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철수 권고'에서 '검토 예정'으로 돌연 바꾼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3일에도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외교부에 물어보라"고 했고, 외교부는 "복지부가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서로 해명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전날 오후 중국 전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철수 권고'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가 한밤중에 급히 취소하고 '검토 예정'이라고 바꿨다. 외교가에선 "정부가 중국 측 항의에 못 이겨 '철수 권고' 결정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책임자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오후 5시 30분 브리핑에서 "중국 전역의 여행 경보를 현재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는 4시간 뒤인 오후 9시 30분 예고 없이 출입기자단에 '수정 자료'를 보내 "철수 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 금지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행 경보 상향 조정을 한다고 했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검토해 보겠다'고 물러선 것이다.

이날 '철수 권고' 발표로 중국행 항공편 예약이 대거 취소됐다. 그런데 다시 정부 방침이 바뀌면서 여행 업계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결정 번복 이유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중국의 압박을 받으면서 벌어진 일로 추정된다"면서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도 제대로 죄송하다고 말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최고 수준의 여행 경보를 발령하자 "미국의 언행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부가 '우한 폐렴' 대응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8일 '우한 교민' 격리지역을 '천안'으로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이 거세자 하루 만에 아산·진천으로 바꿨다. 외교부는 '우한 교민' 철수도 "전세기 2대로 낮에 한다"고 했다가, 다음 날 "전세기 1대로 밤에 가게 됐다"고 했다. 중국이 이같이 요구해 계획이 급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