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권력기관 개혁 후속 조치 추진 계획' 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민 관심은 온통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쏠려 있는데, 대통령과 총리·장관들까지 줄줄이 나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정권 관심 사안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총리가 직접 챙겨달라"고 한 지 열흘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특별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 맞은편에 정세균(맨 왼쪽) 총리, 추미애(왼쪽에서 둘째) 법무부 장관이 앉아 있다.

정 총리 등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추진 계획을 보고한 다음 40분 뒤 직접 브리핑을 열었다. 당초 지난 29일 열리려다 돌연 이날로 연기된 브리핑이었다. 추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위해 자신이 좌천성 인사를 했던 검찰 중간 간부들의 전출 신고식까지 생략했다.

그러나 브리핑에서 새로 나온 내용은 없었다. 정 총리는 '권력기관 개편안'으로 ①올 7월 공수처 설치를 위한 총리 소속 '공수처 설립 준비단' 설치 ②'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 설치 ③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④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 폐지 등 국정원 개혁을 언급했다. 그간 정부가 계속 밝혀온 내용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은 각 부처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이달 중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우리는 이제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간 견제·균형을 통해 권한 오·남용을 원천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며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민주화를 통해 특권 없는 공정 사회로 나아가는 새로운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국정원 개혁안'과 관련해선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민이 지지·협조해달라"고 했다. 이에 야권에선 "정부가 국가적 재난 상황을 초래해놓고 정권 유지를 위한 또 다른 권력기관인 공수처를 홍보하고, 전염병 걱정에 외출도 못 하는 국민에겐 법 통과 지원까지 요청한 것은 몰염치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국민 지지·협조 요청은 권력기관 개혁 명목으로 4월 총선에서 여당을 뽑아달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이 이날 '권력기관 개편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우한 폐렴 관련 대응 지시를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정 총리 등에게) '정부가 국민 불안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무총리 중심으로 비상한 내각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편과 관련해선 "형사 사법 체계가 해방 이후 처음 바뀌는 것"이라며 특히 '검찰'을 콕 집어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과거 검찰이 잘못을 스스로 고쳐내지 못했기 때문에 공수처는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찰을 향해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선 '검찰 파쇼'가 우려될 정도로 검찰에 많은 권한이 집중됐다"며 "인권 보호 업무는 뒷전이고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고, 권력과 유착해 국민 우려를 굉장히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최근 법무부의 검찰 개혁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검찰 내 비판적 시각이 있다'는 지적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